[이계민칼럼] 시험대 오른 위기관리 능력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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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폭락에 환율급등이 겹치면서 우려하던 금융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8일의 우리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무너지는 폭락 장세를 보였다.
최근 4일동안에 1백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이다.
환율도 상승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의 돈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좋은 소식은 별로 없고 어두운 일들 뿐이다.
그나마 위안거리였던 월드컵 대표팀의 축구 승전보도 본선진출 확정으로
그 위력이 떨어진 상태다.
정치판은 어떤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저질 폭로전이 계속되는가 하면
여야가 뒤바뀌어 날마다 헐뜯기가 고작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는 커녕 실망만 안겨주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찌 돼가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자조와 탄식뿐이다.
역설적으로 다소 위안이 된다면 주가폭락은 우리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세계증시가 함께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위기의식을 더 느끼게 된다.
이번 세계적인 주가폭락사태가 우리로 하여금 지구촌 경제를 실감토록
했다는 점에서다.
지난 8월 태국의 외환 위기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은 물론 홍콩에 이어 한국에까지 그 여파가 밀어닥쳤다.
그 뿐아니라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증시가 곤두박질치는 블랙
먼데이가 재현됐다.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 대한 불신이 가져온 결과라고 한다.
이번 세계증시의 동반하락이 주는 교훈은 그동안 우려해오던 개방경제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계기로 논란이 돼오던 외국경제의 국내파장,
특히 핫머니 유입에 따른 경제교란현상이 어느정도 가시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폭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물론 개방화 진전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어느정도의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태국의 외환위기가 한국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정부는 이를 부인하는 낙관적 자세를 보여왔다.
아직 우리의 자본시장은 개방폭이 좁은데다 국내에 유입된 핫머니도 우리
경제의 규모로 보아 경제를 교란시킬 정도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
였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보면 옳은 분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은 그러한 절대적인 조건에 따라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조그마한 부실의 허점이 악순환을 거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무척 취약한 상태에 있다.
대기업부도가 잇따르고 있고 이로 인한 금융기관의 애로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마디로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외환위기까지 겹칠 경우 그야말로 금융공황의 상태에 빠져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점이다.
산업의 국제경쟁력회복 등 경제의 기본적인 저력을 키우는 것 이외에 달리
뾰족한 묘안을 찾기가 어렵다.
오죽하면 경제부총리가 국정감사장에서까지 경제실책을 따지는 국회의원
들에게 좋은 대안이 있으면 내놓으라고 반박했겠는가.
그렇다고 뒷짐지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그동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대응은 너무 안이했다.
기아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어줍잖게 시장경제원리를 내세워 적극 개입을
회피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정책의 타이밍을 놓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더이상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그 책임을 따질 생각은 없다.
그럴 의욕마저 잃었다면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래도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다.
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할 묘안은 없다 하더라도 혹시 악화될지도 모르는
외환위기 등에 대처할 준비를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방안은 물론 국제기구와의 협조체제 점검,
단기투자자금의 이동에 대한 조기경보체제구축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불안의 해소 등 전반적인 국내경제의 안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시아의 성장한계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는 지난 8월 태국의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포천지에 기고한 "아시아의
기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아시아의 경제혼란에서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바로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가 고속성장을 할 때는 관료들이 유능한 것처럼 위장이 가능하지만
난관에 부딪치면 그렇지 못하다고 전제하고 아시아의 정부관료, 특히 한국과
태국의 관료들은 경제문제가 생겼을 때 근본적인 해결방안보다 미봉책을
쓰기에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지금 우리 정부의 관료들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일인 것 같다.
하기야 정권말기에 정치권까지 엉망이고 보면 관료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제가 잘못되는게 정치탓일까마는 그래도 무척 원망스럽기만하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라도 맞댈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
있다.
28일의 우리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무너지는 폭락 장세를 보였다.
최근 4일동안에 1백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이다.
환율도 상승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의 돈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좋은 소식은 별로 없고 어두운 일들 뿐이다.
그나마 위안거리였던 월드컵 대표팀의 축구 승전보도 본선진출 확정으로
그 위력이 떨어진 상태다.
정치판은 어떤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저질 폭로전이 계속되는가 하면
여야가 뒤바뀌어 날마다 헐뜯기가 고작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는 커녕 실망만 안겨주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찌 돼가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자조와 탄식뿐이다.
역설적으로 다소 위안이 된다면 주가폭락은 우리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세계증시가 함께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위기의식을 더 느끼게 된다.
이번 세계적인 주가폭락사태가 우리로 하여금 지구촌 경제를 실감토록
했다는 점에서다.
지난 8월 태국의 외환 위기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은 물론 홍콩에 이어 한국에까지 그 여파가 밀어닥쳤다.
그 뿐아니라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증시가 곤두박질치는 블랙
먼데이가 재현됐다.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 대한 불신이 가져온 결과라고 한다.
이번 세계증시의 동반하락이 주는 교훈은 그동안 우려해오던 개방경제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계기로 논란이 돼오던 외국경제의 국내파장,
특히 핫머니 유입에 따른 경제교란현상이 어느정도 가시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폭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물론 개방화 진전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어느정도의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태국의 외환위기가 한국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정부는 이를 부인하는 낙관적 자세를 보여왔다.
아직 우리의 자본시장은 개방폭이 좁은데다 국내에 유입된 핫머니도 우리
경제의 규모로 보아 경제를 교란시킬 정도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
였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보면 옳은 분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은 그러한 절대적인 조건에 따라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조그마한 부실의 허점이 악순환을 거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무척 취약한 상태에 있다.
대기업부도가 잇따르고 있고 이로 인한 금융기관의 애로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마디로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외환위기까지 겹칠 경우 그야말로 금융공황의 상태에 빠져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점이다.
산업의 국제경쟁력회복 등 경제의 기본적인 저력을 키우는 것 이외에 달리
뾰족한 묘안을 찾기가 어렵다.
오죽하면 경제부총리가 국정감사장에서까지 경제실책을 따지는 국회의원
들에게 좋은 대안이 있으면 내놓으라고 반박했겠는가.
그렇다고 뒷짐지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그동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대응은 너무 안이했다.
기아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어줍잖게 시장경제원리를 내세워 적극 개입을
회피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정책의 타이밍을 놓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더이상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그 책임을 따질 생각은 없다.
그럴 의욕마저 잃었다면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래도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다.
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할 묘안은 없다 하더라도 혹시 악화될지도 모르는
외환위기 등에 대처할 준비를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방안은 물론 국제기구와의 협조체제 점검,
단기투자자금의 이동에 대한 조기경보체제구축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불안의 해소 등 전반적인 국내경제의 안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시아의 성장한계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는 지난 8월 태국의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포천지에 기고한 "아시아의
기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아시아의 경제혼란에서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바로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가 고속성장을 할 때는 관료들이 유능한 것처럼 위장이 가능하지만
난관에 부딪치면 그렇지 못하다고 전제하고 아시아의 정부관료, 특히 한국과
태국의 관료들은 경제문제가 생겼을 때 근본적인 해결방안보다 미봉책을
쓰기에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지금 우리 정부의 관료들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일인 것 같다.
하기야 정권말기에 정치권까지 엉망이고 보면 관료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제가 잘못되는게 정치탓일까마는 그래도 무척 원망스럽기만하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라도 맞댈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