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서스데이(암흑의 목요일)-.

23일 홍콩증시가 10년만에 최대폭락하면서 아시아 유럽 미국증시를 강타
하자 국제금융가의 핫이슈로 떠오른 말이다.

지난 87년 10월 19일 미국 월스트리의 주가폭락에서 시작된 "블랙먼데이"가
10년만에 홍콩에서 재현됐다는 의미다.

자칫 세계적인 금융공황사태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일본등 경제강국이 아닌 홍콩의 주가폭락이 이같은 파장을 몰고온
이유는 결코 폭락의 강도 때문만은 아니다.

폭락의 타이밍이다.

지난 7월 태국바트화폭락으로 시작되어 동남아를 휩쓴 "금융위기"가
극동아시아쪽으로 "북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터졌다는
점에서다.

홍콩이 무너지면 최근 경기침체로 시장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한국 대만
일본 등의 금융시장도 붕락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이른바 금융위기의 "도미노현상"이다.

도미노현상은 언제까지,어느지역까지 확대될 것인가.

1차적으로는 홍콩당국이 지금의 금융위기를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환투기꾼들의 공격을 잘 이겨내면 파장은 최소화할수 있다.

하지만 방어에 실패할 경우 도미노의 끝이 어딘지 예측하기 힘들다.

홍콩당국은 우선 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연 6~6.5%였던 은행간금리를 23일 연 30%로 올렸고 24일에는 무려 연 70%
까지 인상했다.

이틀만에 10배이상 올린 셈이다.

자금이탈을 막으려는 초강수다.

그러나 이 정도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환투기꾼들이 홍콩달러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홍콩달러화는 사실 많은 "약점"을 갖고 있다.

지난 83년부터 미달러화에 사실상 고정되어 14년간 변동되지 않아 상대적
으로 과대평가되어 있다.

미국 달러화에 비해 얼마만큼 과대평가되어 있는지는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지만 30%정도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결국 환율제도변경과 이로인한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며 그때까지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홍콩달러가 그렇게 만만하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곧 안정을 찾으리란 설명이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

우선 정치적인 측면.

홍콩은 이제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홍콩경제가 주권반환 4개월만에 망했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중국이
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홍콩경제가 어려워지면 "일국양제"의 통일실험이 실패로 끝나 앞으로
마카오 대만과의 협상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중국당국이 이미
개입에 착수했다는게 "정설"이다.

소식통들은 "중국이 중앙은행이 지난 22일 5억달러의 홍콩채권을 사는 등
매입규모를 점차 늘려 나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두번째는 경제적인 관점.

홍콩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격인 홍콩통화국(HKMA)은 4백50억달러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사용할 경우 어지간한 통화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투기꾼들에 대항할 외화가 부족했던 태국 등 동남아국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전망이 쉽지 않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IMF등도 즉각적인 개입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다소 희망적이다.

그러나 "홍콩은 지난 22일까지 자국통화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며
방어를 위한 진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야마토 일본다이와조사연구소
연구원)는 말처럼 불안어린 전망도 적지 않다.

결국 홍콩당국이 앞으로 어떤 후속조치를 내놓을 것이며, 이 처방전이 과연
약발을 받을 것이냐 따라 "블랙서스데이"의 파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 육동인 기자 >

<> 유럽 : 주요국들 하룻새 3% 폭락 <>

홍콩증시의 폭락사태는 즉각 유럽증시로 옮겨 붙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등 유럽 주요국의 주가지수는 하루만에 3%이상 떨어지는
폭락세를 보였다.

런던의 FTSE100지수는 한때 2백22포인트(4.3%)나 급락하는 등 홍콩증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전날보다 1백57.30포인트(3.06%) 빠진 4천9백91.50으로
마감됐다.

또 프랑크푸르트의 DAX지수와 파리의 CAC40지수도 각각 3.6%, 3.42% 하락
하는 동반 하락세를 연출했다.

홍콩 증시불안으로 촉발된 유럽증시의 동반 하락현상은 몇시간뒤 미국증시
에까지 그 파장이 계속됐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 미국 : 두차례 230포인트이상 내려 <>

미국 주식시장은 23일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가 개장 15분만에 무려
142.43포인트나 빠지면서 출발, 두차례나 2백30포인트이상 떨어지는 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폐장지수는 1백86.88포인트 하락한 7천8백47.77로 8천선밑으로 주저앉았다.

홍콩 등 아시아증시에 불안을 느낀 투자가들이 안정된 투자처인 미국
채권쪽으로 몰리면서 미국 채권가격은 급등(수익률하락)했다.

이를 반영,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세계증시 동반침체를 계기로 그중에서 가장 안정된 미국증시로 돈이 몰려
미국주가는 추가상승의 기회를 가질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홍콩 : 금리 주춤...주가 소폭 회복 <>

세계 주가 동반하락의 진원지인 홍콩의 주가지수는 23일 지난 10년만에
사상 최저치로 폭락한데 이어 24일 들어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항생지수는 이날 오전 개장과 함께 전날 마감치(10,426.30)보다
196.06포인트 상승한 10,622.36포인트로 시작됐다.

그러나 홍콩의 은행간 초단기 금리가 30%에서 개장돼 거래초기부터 70%로
급상승하면서 항생지수가 다시 빠지기 시작, 오후들어서는 장중 한때
포인트까지 하락하는 등 등락현상을 연출했다.

오후들어서는 금리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면서 결국 이날 항셍지수(오후
3시현재)는 전날보다 4백70.75포인트 소폭 상승한 10,897.05를 기록했다.

< 정종태 기자 >

<> 아시아 : 일본 등 회복세...대만 연속 하락 <>

홍콩 주가폭락의 여파로 23일 급락했던 일본및 아시아 각국의 주식시장이
24일 다소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전날 2년여만의 최저치(1만7천63.75엔)까지 곤두박칠쳤던 일본 닛케이주가
는 24일 개장초 1만7천엔선이 무너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홍콩주가
반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또한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증시도 이날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대만주가는 전일에 이어 이날도 3.7%포인트가 미끄러졌고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주가 하락이 계속됐다.

엔/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보였다.

< 도쿄 = 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