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대 지역전화회사인 GTE사는 15일 브리티시텔레콤(BT), 월드컴에
이어 미국 장거리전화회사인 MCI를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전격 발표했다.

이에따라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에 전세계 통신업계의 이목이 집중
되고 있다.

단순히 제시한 매수가격만 놓고 따져보면 미국 4위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이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월드컴의 제시가격은 3백억달러.

GTE(2백80억달러), BT(2백10억달러)보다 각각 20억달러및 90억달러씩 많다.

하지만 명목가격만으로 월드컴이 가장 유리하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타조건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지난 1일 MCI 매수의사를 밝힌 월드컴의 조건은 자사주식 3백억달러어치를
주겠다는 것.

일반적으로 주주들은 정확한 가치평가가 어려운 주식보다 현찰을 선호한다
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찰 2백80억달러를 제시한 GTE사가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GTE사가 인수전쟁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월드컴의 주식이 단박에
2% 하락했다는 것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잘 엿볼 수 있다.

여기다 지난해 11월부터 MCI와 인수매수협상을 벌여온 영국의 BT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현찰및 주식을 조건으로 내건 BT는 가격경쟁에서는 뒤지지만 이미 MCI와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는데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막강한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의 무기다.

따라서 MCI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세계시장 개척을 위해 BT를 선택할 여지는
남아 있다.

결국 3사가 제시하고 있는 조건의 우열을 객관적으로 가릴 수 없는 만큼
승패는 MCI 주관적인 선호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누가 추가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느냐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이에 대해 MCI측은 새로운 매수희망자가 나타난 만큼 빠른 시간안에 이사회
를 개최, 3사의 매수조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MCI사 ]

AT&T에 이어 미국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장거리전화회사이다.

광섬유 등 첨단통신회선 구축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접속사업에서 AT&T를 앞질르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미국 통신시장은 업무영역이 허물어지면서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황.

따라서 MCI는 신규시장에 진출하거나 기존시장을 방어하려는 대형 통신
업체들의 매력적인 매수합병(M&A) 타겟이 되고 있다.

< 조성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