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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구의 중소기업 이야기] (29) '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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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에 돈을 빌리러갔다가 퇴짜를 맞았다면 이제 어디에 가서 돈을 빌려야
    할까.

    결국 사채업자를 찾아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미국에서 발생한다면 찾아갈 만한 곳이 한군데 있다.

    바로 SBA(중소기업청).

    미국의 SBA는 워싱턴DC에 있다.

    사우스웨스트 3번가의 허름한 건물에 들어있다.

    이 기관의 건물수준은 우리나라의 과천 중소기업청사에 비해 뒤지지만
    지원업무만큼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간다.

    먼저 자금지원 업무부터 살펴보자.

    이 기관에선 은행문턱을 넘어가지 못해 안달하는 영세사업자들에게
    과감하게 자금을 지원해준다.

    연간 자금지원규모는 3백40억달러.

    자금 지원규모면에선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이 자금의 지원절차를 살펴보면 정말 당황스럽다.

    SBA는 자금을 지원할 때 무서류로 대출을 해줘서다.

    "무서류 대출"이란 우리로선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용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은행대출때 요구하는 서류는 각종 재무제표및
    인감증명등 20여가지에 이르기 때문.

    더욱이 중소기업진흥기금등 정책자금을 빌릴 땐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서류를 내야 한다.

    자금지원추천을 받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다 10여건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다 신보에서 보증을 받으려면 다시 15건정도의 서류를 내야 한다.

    담보를 제공하더라도 감정등에 따른 서류가 다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SBA는 은행에서 퇴짜를 맞고 찾아온 업체에 조차
    10만달러까지 서류없이 돈을 빌려준다니.

    우리의 상식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SBA는 전혀 서류를 받지 않는 대신 기업이 은행에 제출했던 데이타를
    검색해보는 방식을 쓴다.

    다만 SBA도 금리만큼은 비싸게 받는다.

    현재 이 기관의 보증대출금리는 프라임레이트에 2.75%를 부가한 수준.
    요새 프라임레이트가 8.5%전후이니까 약 11.25%정도다.

    SBA는 행정면에서도 본받을게 많다.

    이 기관은 최근 인원을 5천명에서 2천5백명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지원 업무는 전보다 늘렸다.

    인원을 줄이고서도 업무를 확대할 수 있었던 건 두가지 방안이 밑받침이
    됐다.

    첫째 전산화및 정보화를 추진했다.

    둘째는 각종업무에 민간부문을 많이 끌여들였다.

    업무추진도 행정방식이 아니라 경영방식을 도입했다.

    SBA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고객만족 행정.

    이들의 목표는 사기업 최고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말하자면 기업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얘기.

    기자는 지난 90년초에도 SBA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이곳 직원들의 태도는 상당히 권위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SBA직원들은 표정부터가 다르다.

    웃음띤 얼굴에 친절하다.

    덕분에 SBA의 위상도 향상됐다.

    SBA청장은 연방정부의 정식국무위원에 속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청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지위가
    높다.

    지원업무도 창업 제품구매촉진 재해대책 여성우대대출등으로 갈수록
    다양하게 개발해나가는 중이다.

    빅비즈니스의 나라로 꼽히는 미국.

    드디어 이 나라도 스몰비즈니스육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앞서
    실천해나가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 지원 기관들이여.

    이제 더이상 핏발선 눈으로 사채시장을 헤매고 다니게 하지 말자.

    그래야 중기인들이 차라리 사업장을 미국으로 옮겨 버릴까 하는 생각을
    버릴 것 아닌가.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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