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부품 및 주변기기 생산업체인 태일정밀과 관계사인 뉴맥스에 대한
부도유예협약 적용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중소PC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올초 한국IPC 멀티그램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등 PC관련 유통업체들의
잇단 부도사태를 지켜봐야 했던 PC업체들은 이번 태일정밀 사태가 PC관련
업체들의 연쇄부도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PC판매 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중소
PC업체들은 최근들어 잇달아 발생한 대기업들의 부도로 금융권이 지속적으로
자금줄을 옥죔에 따라 이중고를 겪어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태일정밀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은 하드디스크(HDD)
및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 헤드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온 중견기업의 몰락이라는 점에서 위기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특히 중소 PC업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들이 자금줄을 더욱 압박
하고 나서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상당수 기업이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중소 PC조립업체들은 그동안 앞선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시장을 확보해 왔으나 최근들어 삼성 삼보 대우 등의 대기업들이 불황타개를
위해 잇달아 제품가격을 인하하면서 매출확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과의 서비스경쟁이 어려운 중소 PC메이커로서는 가격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데 이마저도 대기업들의 대대적인 가격인하로 인해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업계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PC시장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일정밀이 올들어 본격적으로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긴 했지만 그동안
내수보다는 주로 수출에 주력해온 까닭이다.

단지 이 회사가 공급하던 일부 애프터마켓용 HDD나 CD롬드라이브,모니터
제품 공급에서만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PC업계 전반에 끼친 심리적 압박이 상당
하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지난 8월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태일정밀의 자금악화설이
끝내 현실로 나타난 지금,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끊임없는 경영악화의 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PC업계들이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