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수출증대및 기업경영의
세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해외투자동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90년대들어 반도체
자동차 전자부품등 고부가가치산업을 중심으로 해외생산거점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이는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고부가가치산업이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동할 경우
국내산업의 대외경쟁력은 그만큼 약화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30대그룹 해외투자의 절반이상이 이들 업종에 집중돼있다.

LG반도체가 영국에, 현대자동차가 인도에, 현대전자산업이 영국에, 대우가
중국에,삼성전자가 미국에, LG전자가 영국에, 오리온전기가 멕시코등에 각각
집중투자를 계획하고있다.

그러나 지난 80년대이후 해외투자가 급속히 늘어났던 신발 섬유등
노동집약적산업의 경우 국내생산기반 약화로 사양화의 길을 걷고있는
실정이다.

다만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 비해 해외투자비중이 크지않은데다 국내노동력
부족으로 외국인근로자의 유입이 확대되고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산업공동화현상이 그다지 심각하지않다는게 현재 업계의 진단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해외투자활동이 국내산업활동과의 연계성이 적다는 점에
있다.

일부 기업들이 투자위험도가 높은 해외부동산투자나 국내모기업과 상관없는
제조업에 진출함으로써 실패가 잦아지고있다.

특히 지난 몇년간 단순히 저임금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상당수가 쓰라린 퇴각을 경험해야했다.

이에따라 해외투자 청산사례도 갈수록 늘어나고있다.

93년 2억4천만달러(65건)에 불과했던 해외투자청산은 95년 3억1천만달러
(91건)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엔 무려 6억5천만달러(74건)까지 증가했다.

해외투자때 국내자금보다는 해외자금의존도가 높은 점도 유의해야한다는
분석이다.

국제금리나 환율등 세계경제의 변화에 쉽게 노출되는 만큼 투자위험도가
높아지며 모기업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제의 블록화추세에 맞춰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국내산업의 대외경쟁력확보와 투자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해외진출은 자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