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따로 차고있는 주머니인 공공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공공기금의 순조성규모는 지난 96년말 73조원이었던 것이 금년말 85조원
으로 늘어나고 내년말에는 1백조원을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또 운용규모는 작년말 46조원에서 금년말 48조원으로 증가하는데 이어
내년말에는 61조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이같은 내년도 공공기금 운용규모는 일반회계 세출예산 70조원의 87%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이며 증가율도 예산증가율 5.8%의 4.8배에 달하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에 긴축예산을 편성했지만 광의의 재정분야에 포함되는 공공
기금을 감안하면 재정긴축기조의 유지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공공기금이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우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일반예산과 달리 각 부처가 특정한 분야의 사업에 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할 경우 쉽게 자금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은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 국회의 심의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기금
운용계획은 관할 부처가 계획을 수립, 국무회의의 심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확정되며 다만 국회에 보고하는 절차가 있지만 심의를 거치지 않는다.

집행에서도 예산은 상당한 통제가 가해지지만 기금은 각 부처의 신축적인
집행이 가능하며 대통령 또는 주무부처 장의 승인을 받으면 주요항목 지출
금액을 변경할수 있다.

따라서 각 부처는 재경원 예산실과 예산확보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국회에 로비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지 않는 공공기금의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물론 올해 특히 공공기금이 급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연금지급재원의
고갈이우려되는 국민연금기금의 조성규모를 확대하고 공공자금관리기금을
늘린데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5년에는 그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게 되며 2033년
이면 적립기금이 바닥이 나 연금을 지급할 돈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분석이다.

정부는 또 부족한 재정투융자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왜곡된 공공자금
의 운용구조를 개선하고 자금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연.기금
의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을 설치, 예탁비율의 확대를 통해
그 규모를 증액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을 차질없이 지원한다는 이유로 금년에
9백45억원에 불과하던 양곡증권정리기금과 농지관리기금에 대한 정부출연금
을 6천3백13억원으로 확대, 공공기금의 규모를 늘리는데 일조했다.

이같은 공공기금은 무분별한 규모의 확대와 함께 그 운용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각종 기금에 대한 운용실태 특감에서 기금규모가 방대함에
따라 관리비용을 확대시키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상당수 기금의
여유자금이 공공사업 지원보다는 수익성을 앞세운 고수익 금융상품에 집중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의 기금은 금리입찰을 벌여 금융시장을 교란시킨 것으로 지적됐으며
기금운용을 잘못하는 바람에 거액의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8년1월
이 기금이 도입된 후 지난 6월말까지 주식, 부동산투자 등으로 모두
1조6백28억원의 손해를 보았다.

정부가 기금정비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지지부진한데다 각종 공공기금이
아직도 비효율과 부조리가 불식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보다 과감한 개선
작업을 벌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