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Sharing the greenhouse, October 17 >

오는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지구온난화를
방지할수 있는 획기적인 합의점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리우회담이후 그동안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이는데
게을리 한데다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하는 문제를 둘러싼 선진국간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년전 합의된 리우회담이 실패한 원인은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이도록
하는 규제장치가 없었다는 점을 우선 들수 있다.

장치가 마련됐더라도 각국이 수긍할만한 잣대가 없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선진국들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니 개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관심을 가질리 만무하다.

미국과 일본은 향후 15년동안 온실가스 방출량을 90년 기준으로 5% 감축
하자는 주장이다.

이에반해 유럽연합(EU)의 입장은 강경하다.

그 정도로는 지구온난화를 막을수 없으니 2010년까지 방출량을 15%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는 이미 연초에 자체적으로 15%를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노력이 흐지부지된 가장 큰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인구비중이 전세계의 5%에 불과한데도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20%에
달하고 있다.

가스방출량이 기존 승용차에 비해 두배나 많은 다목적차량(SUV)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은 "큰 게 좋다"는 소비지향인식이 아직도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배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미국은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여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미국은 개도국들을 빌미로 삼고 있다.

빌 클린턴대통령은 지난주 개최된 지구온난화관련 세미나에서 "에너지가격
인상은 미국상원에서 반대하고 있는데다 미 국민들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사정이 이러니 미 행정부가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한술 더떠 미국기업들은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지에 낸 3페이지짜리 광고를
통해 "온난화 방지협약은 미국과 전세계에 의미가 없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오는 12월 교토협상에서 개도국들이 포함되지 않는 어떠한
협약에도 서명하지 말 것을 지난 7월 클린턴대통령에게 촉구한바 있다.

일본정부는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이기가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70년대 오일쇼크때 이미 저에너지산업구조로 전환된 상태여서 추가로
방출량을 5% 감축하려면 20개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서로 이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니 제3세계 국가들이 온난화
방지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교토협약에 서명하지 않으면 기후협약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모든 책임은 미국에 전가된다는 사실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소비 감축에 동참할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은 쉽지 않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국학자들의 대부분은 "미국은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이면서 미국의
경제력을 유지할수 있다"고 이미 진단했다.

지난주 미국 월드 와일드라이프 펀드의 여론조사 결과도 클린턴대통령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미 국민들의 대다수는 "지구온난화 방지가 긴급한 현안이고 클린턴대통령이
이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선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은 물론 자동차나
석유화학 같은 업체들의 고에너지 사용을 규제하는 엄격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응답했다.

유감스럽게도 미 국민들은 온난화방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유가인상
에는 반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수준까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심각성을 인정
한다거나 그럴듯한 대책을 발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국 정부가 "우리는 언제까지 방출량을 얼마만큼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 정리=이성구 런던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