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질서 변화와 우리의 대응 ]

김철수 < WTO 사무차장 >

WTO가 출범한지도 벌써 2년반이 되었다.

그동안 WTO는 세계무역을 더욱 자유스럽고 공정하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자부하고 싶다.

다시 말해 종래 공산품만 관장하던 GATT에 비해 WTO는 서비스 농산물 지적
재산권 등의 분야에서도 무역자유화를 추진해 오고 있고, 또한 분쟁해결기구
와 무역정책 검토기구 등을 통해 회원국들간 무역분쟁의 중재와 무역정책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제고시켜 나가고 있다.

이와함께 과거 GATT 가입을 꺼려왔던 개발도상국들도 이제는 거의 모두 WTO
에 참여하여 회원국 수가 1백32개국에 이름으로써 WTO는 명실상부한 세계
무역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제기구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WTO의 발족으로 인해 세계시장에서 모든 기업들이 국적을 초월
하여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향후 국경이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이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는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각 국가 및
기업이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 경제주체별로 앞으로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흐름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향후 세계 경제질서변화의 특징은 세계인구 증가의 양극화와 기술혁신
의 가속화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인구 증가에 대한 최근의 OECD 전망에 따르면 세계인구는 1990년 현재
50억명에서 2020년에는 약 80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러한 인구증가의
거의 대부분은 OECD와 같은 선진국에서 보다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에서 주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중 아프리카 중국 인도는 2020년에 13억명에서 14억명정도의 인구규모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부분의 선진국들, 특히 일본에서는 전후 베이비 붐의 종료에 따라
인구 증가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와함께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인간
수명 연장으로 인해 인구의 고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령화 현상에 따라 선진국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앞으로 노동력과
민간 저축의 감소현상을 겪게 되고, 또한 연금 및 국민보건위생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개발도상국 인구의 빠른 증가와 선진국 인구의 완만한
증가 및 고령화 현상을 종합해 볼때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개발도상국들은
21세기에 들어가서도 상당기간 노동집약적인 재화 및 서비스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세계경제질서 변화의 또다른 특징은 기술혁신이 정보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일어나고 이러한 정보기술의 혁신은 생명공학, 고기능 신소재, 대체
에너지, 소프트웨어 등 타분야의 기술혁신을 초래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기술혁신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은 내용적으로 종래의 기술발전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종래의 기술발전은 에너지와 물질의 변환에 대한
것이었으나 정보기술의 혁신은 "시간"과 "거리"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기술발전에 따라 앞으로는 정보의 신속한
전파와 확산이 가능해지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향후 생산에 있어 "지식"
이라는 요소가 노동 자본 원자재보다도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
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와같은 종래의 기술발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내용의 정보기술 혁신
으로 인해 국제경제 및 사회는 상호밀접하게 통합되어 가는 동시에 세계는
과거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당시의 농업사회가 공업사회로 전환
되었듯이 앞으로는 글로벌 정보화사회로 점차 이행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시간과 거리의 단축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발전에 따라
기업의 생산방식, 경영전략 및 기업조직, 국제상거래의 관행과 무역구조 등
인간생활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
된다.

먼저 기업의 생산방식과 관련하여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생산체제의
보급이 확산되고 제품개발의 주기가 상당히 단축될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국제적으로 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늘어나고 국경을
뛰어넘는 해외투자가 증가하여 갈 것이며, 세계무역에서는 서비스무역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앞으로 전자화폐가 등장하고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됨으로써 금융분야
에서도 종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대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것들보다도 더 중요한 변화는 기업 정부 등 모든 유기적
조직체의 내부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즉 기업이나 정부 등의 모든 조직체는 새로운 기술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
하고 활용하여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에 적합한
조직형태로 바뀌어 갈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 조직체의 운영체계가 종전의 수직체계로부터 좀 더 수평적
이고 유연성있는 체계로 전환되어 가고 의사결정 방식도 분권화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에도 상당히 일어나고 있었으며, 미국의 IBM이나 GE와
같은 대기업들과 영국 뉴질랜드 등의 외국 정부들이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
조정과 규제개혁의 노력들이 그 좋은 예라고 할수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앞으로 전개될 21세기 세계경제는 질적및 내용적
으로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다시 모든 국가 기업
국민 등에 기존의 의식구조 조직 관행및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변화가 수반되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가는 세계경제질서 변화의 소용돌이속에서 살아 남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가 앞으로 할 일은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이에 편승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활력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및 정부 등 각 경제주체별로 유연성과 순발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제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기업은 글로벌경쟁시대에
외국의 유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 기업자체의 피눈물나는 구조
조정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수 있도록 각종 정부
규제의 완화와 제도개선을 촉진하는 한편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안정적인
거시경제정책 운용 등을 통한 쾌적한 기업환경 조성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이란 시장수요 변화와 기술혁신의 가속화등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에 기업이 자금 인력 기술 정보 등 모든 가용한 경영자원및 조직을
순발력있게 통합시키거나 또는 분리해 나갈수 있도록 기업자신의 조직개편,
인력의 재배치및 감축, 외주화 등을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기업은 경쟁력이 없는 한계사업 부문을 정리
하고 핵심역량 부문에 경영자원을 집중함으로써 대외경쟁력을 높이고, 또한
다자간투자협정(MAI) 진전에 따라 앞으로 예상되는 국내로의 외국인투자
증대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초반에 걸쳐
이미 이러한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행되거나 또는 거의 완료되었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구조조정을 더이상 지체한다면 21세기 치열한 세계경쟁에서
선진국들과 대등한 경쟁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와같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루어
지도록 정부는 기업활동과 관련된 제반 규제 완화와 제도개선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 오고 있는 규제개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이중에서 기업관련제도 노동 금융 사회간접자본부문 등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경쟁력 향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에서의 규제개혁을 집중적
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노동분야와 관련하여 향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진전되면 경제 전반적으로
그동안 많은 유럽국가들이 겪어 오고 있는 고용불안이나 소득불균형 현상이
발생할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경제 각 부문간 인력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인력활용의 효율성
을 높여 고용불안과 소득불균형을 최소화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선진국이나 우리 경제의 발전수준에 비추어 볼때 아직도 상대적
으로 낙후되어 있는 사회간접자본부문이 확충되어 경제 성장이 추진되도록
사회간접자본부문에서의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례로 OECD에 의하면 일부 OECD 국가들의 경우 정부규제가 심한 철도
항공 통신 유통 등의 분야에서 규제개혁이 이루어질 경우 앞으로 이들 국가
에서의 GDP 수준이 장기적으로 6%만큼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와같은 규제개혁을 통한 한국 경제의 효율성 제고노력과 함께 정부는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안정적인 거시경제정책의 운용을 통해 지속적인 물가안정을 도모하며 또한
최근 떨어지고 있는 민간저축률을 높이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환경 주택 보건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의 정책비중을 점차
늘려 나가고 경제발전의 밑거름인 인적및 기술자원의 새로운 개발과 효율적
육성을 통해 언젠가는 이루어질 남북한 통일에도 슬기롭게 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제시대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세계경제의 공동번영을 위해 무역및 투자의 자유화, 환경 에너지 등 많은
세계 공동의 문제들에 대해 다른 국가들과의 상호 협력을 통해 공동대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무역과 투자 자유화의 경우 WTO의 출범에 따라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으나 일부 분야들에서는 아직도 많은 무역및 투자장벽들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이러한 분야에서의 문제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세계 공동의
경제적 번영과 정치.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 약력 ]]

<>41년생 서울
<>미국 터프츠대학 매사추세츠주립대학원(정치학박사)
<>미국 세인트로렌스대 정치학과 조교수.상공부 통산진흥국장
<>상공부 1차관보 특허청장
<>무역진흥공사 사장
<>상공부 장관
<>국제통상 대사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