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뱅&올푸슨사가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 오픈한 매장은 고급
대리석과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돼 있다.

파리의 최고급 의상실 내부 분위기를 그대로 풍기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선 옷을 팔지 않는다.

대신 1만5천달러(1천3백50만원)짜리 TV세트, 5천달러(4백50만원) 하는
스테레오 등을 팔고 있다.

모두 유럽 유수의 가전제품 메이커인 뱅&올푸슨사의 최고급 전략 제품들
이다.

올 벡 뱅&올푸슨 국제마케팅담당이사는 이 매장을 꾸미기 위해 실제 구치
루이뷔통 같은 세계적인 패션업체들의 매장디스플레이와 인테리어를 면밀히
연구, 여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0월13일자)에 따르면 이 회사가
이처럼 매장을 "패션화"한 것은 경쟁업체들과의 차별화를 통해 실지를
회복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에서다.

뱅&올푸슨사 제품은 뛰어난 디자인 감각으로 무장한 최고급 품질임에도
불구하고 10여년전부터 아시아국가들의 저가제품들이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잠식을 가속화하면서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회사는 그동안 기존 매장에서 소니등 타사제품과 함께 디스카운트된
가격에 팔리고 있던 자사제품들을 모두 회수, 패션감각이 뛰어난 자사
전문매장에서만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마치 루이뷔통 가방이 루이뷔통전문매장에서만 팔리고 있는 것처럼.

물론 이 "패션" 매장에서 더 이상 가격인하라는 단어는 없다.

품질에 걸맞게 제값을 받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뱅&올푸슨사는 앞으로 3년내 3백여개의 패션매장을 추가로 오픈
한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에는 14개 매장을 운영중에 있으며 올 연말까지 5개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차별화된 마케팅전략은 하나 둘씩 결실을 맺고 있다.

올 1~3월중 이 회사가 패션매장에서 올린 매출규모는 기존매장의 두배이상
일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2년 1.5달러로 사상최저치에 머물러 있던 주식값도 최근 60달러로
40배나 치솟았다.

이제 뱅&올푸슨의 경영진은 지난 90년대초반 파산위기로 까지 몰리면서
70여년 전통에 남겼던 오점을 말끔히 씻고 역전드라마를 일궈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지난 60년 턴테이블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업계 최고 명성을 쌓았던 이
회사가 이젠 파격적인 매장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셈이다.

<김수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