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상" "취업대란" "취업전쟁" "입사지옥".

올 하반기 취업사정을 설명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살벌하기 짝이 없다.

일부 대기업그룹들이 이미 원서교부를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취업시즌의
막이 올랐지만 취업기상도는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취업정보기관들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대학졸업예정자 취업재수생
전직희망자 등을 포함한 취업희망자는 32만명으로 지난해보다 16%정도가
늘어났으나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취업가능 인원은 8만명으로 13% 가량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취업경쟁률은 4대1에 이르고 상위 10대그룹의 경우
경쟁률이 20대1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취업대란은 그저 지어낸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같은 취업난이 올 한해로 끝날 것같지 않다는데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고용창출을 해야
하나 대다수의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내년에도 인력감축 등 조직 슬림화를
가속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같은 구조조정은 그동안의 양적 성장위주의 경영을 탈피, 질적인
내실화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나무랄 일이 결코 아니다.

문제는 이처럼 신규 취업문이 좁아지다보면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경제가 좋아지기만 기다리고 있을 일이 아니라
인력수급상황을 면밀히 재점검,장기적인 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분야별 인력수요를 정확히 측정하여 인력공급의 효율화를 기하여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업종이 모집인원을 감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분야와
3D업종의 경우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것은 공급측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처럼 대학교육이 사회의 인력수요를 고려하지 않은채 진행된다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부족하고 필요없는 인력은 남아도는 왜곡된
2중구조 현상이 개선될수 없다.

둘째 각종 규제를 풀어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벤처기업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첨단 분야의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해 고급 신규인력의 취업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전국적인 공공 직업안전망을 하루 빨리 구축함으로써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취업알선기관이 제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공공취업알선기관을 통한 취업이 전체 취업의 3~4%에 그치고
그나마 3D업종에 편중돼 있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공공 취업알선기관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될 것이다.

끝으로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취업희망자 스스로 취업능력을 증진시키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취업능력증진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 인력재배치 전직훈련강화 창업훈련지원등으로
정리대상인원의 재활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취업대란은 무책이 상책이라는 식으로 방치할 일이 아니다.

백방으로 생각해보면 길은 있게 마련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