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 - LA타임스 신디케이트 독점전재 ]

한국경제신문사는 LA타임스 신디케이트와 제휴,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의 칼럼을 월1회 독점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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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가에는 최근 잇따른 동남아 통화 불안이 주요 이슈로 등장해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의 동시 다발적인 통화위기를
놓고 서방 언론들은 그 원인을 동남아 국가들의 낡고 후진적인 경제 시스템
에 있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그 논쟁의 중심에는 언제나 모하메드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있다.

그는 마치 동남아 국가들의 방패역할을 자임하기라도 하듯 통화위기
논란이 있을 때마다 앞에나서 서방의 논리를 비판한다.

그래서인지 마하티르 총리는 언제나 서방 언론의 집중 포화 대상이다.

"제3의 물결" 저자 앨빈 토플러는 이러한 서방의 시각과는 다른 관점으로
마하티르 총리를 평가한다.

토플러는 동남아 통화위기를 비롯 마하티르 총리에 대한 서방의 해석이
동남아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동남아 국가는 제3의 물결(지식산업사회)을 향한 과도기
단계에 있고 마하티르 총리는 그것을 이뤄낼 21세기형 리더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토플러는 최근 글로벌 뷰포인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정리=정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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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서방 언론들엔 썩 긍정적인 인물이
아니다.

타임지가 마하티르 총리를 "아시아의 뛰어난 건축가"라고 부른 적이 있지만
그의 지나칠 정도의 과격한 발언이 항상 구설수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마하티르 총리의 행동이나 발언은 객관적으로 시류에 맞는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더욱이 그의 미래에 대한 비전들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들어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폭락을 비롯해 잇따른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 불안이라는 충격파가 전해졌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증권가)나 서방 언론들은 이번 위기의 원인을 마하티르
총리에게 쏟아부었지만 그는 정작 비난의 화살을 세계 환투기꾼들에게
돌렸다.

마하티르 총리에게는 특히 세계 금융가의 황제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주적이었다.

마하티르 총리는 서방 언론들이 그들의 이기적이고 사적인 이해때문에
말레이시아와 그 나라 국민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하티르 총리의 공격적이고 훈계 스타일의 발언에 대해 오히려 서방의
영향력있는 언론이나 재정 당국자들은 그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들 주장의 골자는 "통화는 그 나라 경제가 처한 기본적인 상황을 반영
한다는 것과 투기는 해당 국가의 경제에 심각한 약점이 있지 않는 한 환율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그동안 투기적 자본의 흐름은 비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기업에도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더욱이 통화가치 하락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통화거래를 중지시키려 했던
마하티르 총리의 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비판하고 있다.

(이 점은 물론 마하티르 총리 스스로도 인정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서방언론의 이러한 시각은 하나의 치수로 모든 사람의 체형을
맞추려 하는 IMF(국제통화기금)의 신자유주의적인 접근을 아무런 뜻도
모르고 흉내내는 꼴이다.

다시 말해 각 나라별로 땅덩어리의 크기나 문화 종교 경제발전수준 등에서
광범위한 다양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은 또 해당 국가의 경제적 기본 상황은 경제가 지식에 기초한
생산(지식산업사회)으로 전환함에 따라 함께 변화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셈이다.

거시경제학은 실제 사람이 살아가는 미시적인 경제나 사회현상과 무관하다
고 생각하는 하버드나 MIT의 충격요법주의자들이 구 소련에서 저지른 실패를
무시하게 되는 꼴이기도 하다.

아마도 지금이 마하티르 총리가 반서방 발언으로 인해 자기가 판 함정에
결국 스스로가 빠지게 될 공산이 큰 시점이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는 거시 경제학 이론이나 IMF의 어설픈 논리보다는
훨씬 더 강한 정치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다.

사실 마하티르 총리를 비난하기보다 치켜세워야하는 확고한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말레이시아는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먼 나라다.

인종간의 갈등도 존재한다.

중국이나 인도계의 소수인종들은 언제나 말레이 토착민족에만 유리한 국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말레이시아는 인종 문제에서 만큼은 평화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것은 마하티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인종청소"로 얼룩진 지금 이 세계에서 어느 누가 말레이시아와 같은
복잡한 다수인종 사회를 평화가 공존하는 사회로 만들 수 있겠는가.

거시 경제학자나 은행, 투자가, 논평가 어느 누구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는 그것을 해냈다.

둘째 다수가 회교도인 말레이시아 사회에서 마하티르는 회교극단주의자들
에게도 스스럼없이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 용감함을 보였다.

오히려 마하티르 총리의 이같은 자세가 회교도 사회를 하나가 될 수 있게
하는 점으로 작용했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례를 몇가지 들어본다.

지난해 6월 세명의 말레이시아 여성이 미인대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일이 발생했다.

강경 회교도인들은 물론 그 여인들에게 심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는 "배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회교 강경파
들의 행동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지난달 열린 연합민족당(UMNO : 말레이시아 여당)의 당대회에서도 그는
극단적인 원리주의는 경제발전에 방해가 된다고 경고했다.

회교 테러주의자들이 카이로를 방문한 여행자들에게 폭탄을 던진다든지,
알제리 주민들을 학살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에서 마하티르 총리는
매우 중요한 인물인 셈이다.

마하티르 총리를 치켜세우는 마지막 이유는 그가 이슬람국가에서 12세기와
는 확실히 다른 21세기의 비전을 갖고 있는 유일한 지도자라는 점이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때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큰 빌딩인 페트로나스 타워와 같은 빌딩이 없이도
말레이시아는 잘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향한 마하티르 총리의 자세는 70년대와 80년대의 아랍
지도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랍 지도자들은 엄청난 양의 석유를 관리하면서 오로지 부의 축적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들은 곧 그들의 나라를 제3의 물결인 지식에 기초한 경제로 발전시키는
데는 전혀 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의 모습은 확실히 그들과 대조적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멀티미디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미 세계 최대의 반도체칩 생산국으로 성장한 말레이시아를 제2의 물결인
단순 수출의존국가에서 벗어나 21세기의 글로벌 정보화 사회로 성장하는 데
방향을 제시했다.

혹자는 그의 과장된 성품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가 극히 일부분이라도 그의 비전을 현실화시키는데
성공했다면 말레이시아는 나머지 이슬람 세계의 절대적인 성장 모델이 됐을
것이다.

그 모델은 종교적인 관대함과 고기술 번영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그것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