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평 필진이 이달부터 바뀝니다.

이번 필진은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반영하기 위해 학계 장수영
포항공대 총장과 강병호 한양대 교수, 연구기관 김중수 한국조세연구원장,
금융계 윤병철 하나은행 회장, 산업계 권회섭 경기화학 사장 등으로 구성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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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4년만에 독일에 가서 두 대학을 돌아보았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들여서 대학에 일단 입학만 하면 실컷 놀아도 졸업을
하는 우리나라 대학들에 비하면 너무나 다른 독일대학들이 한없이 부럽게
보였다.

고등학교 졸업시험(Abitur)에만 합격하면 원하는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초.중.고등학교 교육기간이 13년이며 졸업후에 1년간 군복무 또는
사회봉사를 마쳐야 대학입학이 가능하다.

또한 모든 교양교육은 고등학교에서 다 배우기 때문에 대학은 첫해부터
전공과목만을 공부한다.

지원자를 모두 입학시켜야 하므로 원래 1만명정도를 수용할 대학에 3만여명
의 학생이 있으므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저학년 강의는 수백명씩 한꺼번에 실시된다.

우리와 크게 다른 것은 첫째 입학생중에서 졸업하는 학생은 절반도 안된다.

수업연한은 졸업논문준비를 포함해서 4년반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6년반이
걸린다.

7~8년 걸려서 졸업하는 경우도 많다.

둘째 독일대학의 또하나 특징은 대학원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학위는 크게 두가지인데 이공계에서는 디플롬(Diplom), 문과에서는
마기스터(Magister)라고 부르며 우리의 석사학위에 해당된다.

박사과정은 학점을 이수하지 않으며 연구기간을 거쳐 논문만 통과되면
학위를 받는다.

경우에 따라 1년에서 10년까지 걸리는데 의학 화학은 대체로 빠르고 공과
계통은 오래 걸린다.

아헨 공과대학(실제로는 의대까지 있는 종합대학)의 재학생은 3만5천명인데
1년에 졸업하는 학생은 3천명정도에다 8백명이 박사학위를 받는다.

공대를 졸업하면 이름 앞에 "Dipl.Ing" 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별도의 면허
시험을 안보고 기술사와 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입학 2년 뒤에 졸업전단계시험(Vordiplom)을 보는데 실패하면 한번 더
기회가 있으며 이 시험에서 절반가량이 떨어져 나간다.

한 대학에서 실패하면 타대학 한곳까지는 입학이 허용되나 거기서도 실패
하면 더이상의 기회는 없다.

대학졸업자가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조교(Assistent)로 취직을 하는 것이다.

조교의 봉급은 산업계와 비슷한 월2백50만원 수준이며 보통 5년간 계약을
한다.

임무는 교수를 도와주는 것이며 박사논문 제목을 받고 그동안에 논문을
쓰는 것이다.

세번째 특징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 때문에 등록금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대학간의 격차도 크지 않아 학생들이 한 곳으로 몰리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등록금이 없으므로 수업연한이 길어지는 단점도 있다.

넷째는 학부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같은 잘못된 학부제가
아니다.

아헨 공대의 경우 기계공학 기계설계 항공공학 조선공학 등이 1개의 기계
공학부로 되어 있다.

그래서 기계공학부 학생은 7천5백명이나 되는데 전기공학부는 4천3백명
이다.

아헨 공대의 경우 학부는 9개가 있으며 베를린 공대는 14개로 되어 있다.

독일의 학부는 우리의 단과대학에 해당된다.

다섯째는 독특한 교수 임용방법이다.

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교수자격시험(Habilitation)에 해당하는 논문에
통과해야 되며, 그렇다고 바로 교수에 임용되는 것이 아니고 사강사
(Privatdozent)생활을 하다가 정교수로 발탁된다.

승진이란 없는 것이다.

즉 독일대학에는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하는
제도가 없다.

따라서 평생동안 대학에 근무하면서도 교수가 못되고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정교수는 최근 유니버시티 프로페서(University Professor)라고 부르며 그
바로 아랫 자리는 그냥 교수라고 부른다.

교수에서 정교수로의 승진은 없고 타대학에서 정교수로 발탁되는 길밖에는
없다.

정교수에게는 교수 1명, 적으면 5명 많으면 수십명의 조교와 연구원,
그리고 1명의 주임기사(Oberingenieur)로 이루어지는 연구소(Institut)의
소장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 대학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장점들을 가지고 있으나 엄격한
학사관리, 교수임용의 철저함과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포항공대 총장>

[[ 약력 ]]

<>서울공대 전기공학과 졸업
<>미국 메릴랜드대 공학박사
<>정보화추진위원회 자문위원장
<>중국 전자과기대 명예교수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