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기관의 가장 큰 문제는 신용평가의 신뢰도 추락이다.

따라서 신뢰회복을 위한 평가시스템정비 및 평가기법개발과 함께
공정하고 독립적인 평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송태준 한국신용평가 신임 사장은 현재 신용평가업계의 문제점과 처방을
이렇게 말하면서 "평가시장의 대외개방과 국내 평가기관의 신규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평가기관의 신규설립과 해외 평가기관의 국내 진출이 허용됐는데.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등과 힘겨운 시장경쟁이
예상된다.

국내 평가기관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해야할 때다.

하지만 평가시장규모가 90억여원에 불과한데 국내 평가기관의 신규
진입을 허용한 것은 경쟁촉진과 경쟁력 강화보다는 수수료덤핑 신용등급
인플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한보 진로 기아사태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업신용 평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1930년대 미국에서는 대공황으로 담보부채권이 무용화되면서 신용평가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업성과 무관한 담보 및 보증위주의 대출관행에 비해 신용위주의
금융거래는 사업성에 따라 자원배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정성과 효율성이
더 높다.

객관적인 기업정보에 의한 신용평가가 정착된다면 담보 및 보증위주의
금융관행에서 탈피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기업신용등급의 변화가능성을 예고하는 워치리스트제도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은가.

"장기적으론 필요하지만 금융환경이 성숙되기 전까지는 시기상조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우리나라에선 자칫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천봉쇄하는
블랙리스트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무보증사채의 유통시장이 거의 형성돼
있지 않아 실효성도 적다"

-국내 평가기관 및 제도의 문제점은.

"신용평가의 신뢰도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평가경험부족과 평가시스템미비 등의 내부문제도 있지만
금융하부구조가 낙후된 점도 간과할수 없다.

회계제도 및 공시제도의 신뢰성, 기업경영의 투명성 등 신용평가의
전제가 되는 하부구조가 선진국에 비해 극히 취약하기 때문에 평가자료의
객관성이 떨어지고 있다.

아울러 평가대상기업의 등급향상 압력도 공정한 신용평가에 부담
요인이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