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MERCOSUR)이 무역자유화협정을 맺을
전망이다.

EU집행위원회의 마누엘 마린 부의장은 최근 두 경제블록이 내년부터
협상을 시작해 오는 99년 상반기중에 열리는 "라틴아메리카.EU 정상회담"에서
본협정을 맺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주목되는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이들이 둘다 세계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경제블록이
라는 점이다.

오늘날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유럽 동아시아 북미 남미 등에 지역경제블록이
결성돼 있으며 날이 갈수록 이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서유럽을 중심으로 유럽 15개국들이 가입한 EU,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가입한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동남아시아 9개 회원국이 뭉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가 회원국
인 MERCOSUR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에서도 EU는 현재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며 MERCOSUR는 회원국들의
풍부한 부존자원과 높은 성장잠재력 때문에 주목받는 경제블록이다.

특히 EU는 오는 99년을 목표로 통화통합을 서두르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정치.안보통합까지 꾀하고 있다.

아울러 회원국확대에도 박차를 가해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키프로스 등 6개국을 우선 가입대상국으로 지명해 오는 2000년
까지 가입시킬 예정이다.

이같은 EU의 질적 강화 및 양적 확대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EU가 세계경제를 좌우하게 될 것이므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하나는 경제블록간에 무역자유화협정이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역경제블록이 확산되고 그 입김이 강화될수록 회원국이 아닌 역외국가에
대해 배타적인 무역장벽을 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커짐에 따라 지역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가 확대되고 있다.

두드러진 예로 아시아와 유럽간의 ASEM, 아시아와 북미간의 APEC, 북미와
유럽간의 TAFTA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번 EU와 MERCOSUR의 무역자유화협정
추진도 이같은 움직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지역간의 협력이 일단은 강력한 지역경제블록을 기반
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산업의 발달과 냉전체제의 붕괴로 세계경제는 과거 어느때보다
밀접히 연결돼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화하지 않을 수 없으며
각국은 기업도산 실업증가 재정적자팽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
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갈등과 혼란속에 과도기적으로 경제블록의 확산 및 블록간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세계화와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는 것은 우리경제도 예외가 아닌만큼
이같은 지역경제블록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대비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