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서비스맨들은 가정을 방문하면 우선 고객카드부터 내민다.

여기엔 서비스맨 자신의 얼굴사진과 이름이 적혀있다.

또 고객란엔 소비자들이 제공받은 서비스가 만족스러운지까지도 일일이
기록하게 돼있다.

서비스가 못마땅하면 고객은 언제든 서비스맨을 다시 지정해 부를 수 있다.

최근 대우전자가 도입한 "실명 서비스제"의 운영방식이다.

비단 대우전자뿐만이 아니다.

기업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업무를 수행하는 "실명제" 바람이
불고 있다.

대고객부서인 서비스 부문은 물론이고 일반 재무나 기획부문에서도 이른바
"실명제"가 유행이다.

LG전자는 이달부터 일반 서비스요원을 대상으로 "실명예고제"를 도입,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단 서비스센터가 수리 요청을 접수받으면 적당한 서비스요원을 선정,
이를 전화로 미리 고객에게 알려준다는 것이 이 제도의 도입 취지.

고객들은 낯선 사람이 방문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고
서비스요원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업무를 수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출장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부수효과도 거두었다고
LG는 밝혔다.

동양매직이 도입한 "서비스 실명제"는 서비스 품질을 고객이 직접
평가하도록 한 제도다.

서비스요원이 자신의 이름과 소속 센터명, 전화번호 등이 기재된 카드를
고객에게 제시하고 고객은 이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도록 했다.

생산현장의 실명제 역시 마찬가지다.

생산라인의 특정기계를 지정해 개인이 이를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한
"마이 머신"운동이나 특정 공정에 책임자의 이름을 걸고 확인작업을 거치는
"공정 책임제" 등의 형태를 들 수 있다.

이밖에 일부 자동차회사는 납품받는 부품에 대해 품질실명제를 도입했으며
정비요원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고객차량을 점검하도록 하는
정비실명제도 시행중이다.

제일모직이 도입한 "배색실명제"는 배색책임자가 설계에서부터 마지막
검사까지 책임져 색상에 관한한 완벽한 품질을 추구하기 위한 것.

또 삼성중공업의 "소모품 실명제"는 모든 소모품에 개인의 이름을 부착해
낭비요인을 없애기 위한 비용절감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투자분야에도 실명제가 도입됐다.

삼성그룹의 투자실명제가 대표적이다.

일정액수의 투자프로젝트에 담당임원의 이름을 붙여 장기적으로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깨우치기 위한 것.

소속사를 옮기더라도 투자결정자의 이름이 따라붙게 된다.

기업들의 이같은 실명제 도입은 업무에 책임의식을 불어넣어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꾀하자는 게 그 목적이다.

조직이 확대되면서 흔히 발생하는 "업무의 익명성"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또 고객 측면에선 보다 정확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

결국 실명제의 확산은 대량생산에서 소량다품종 생산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사회가 점점 익명화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기업사회내에서의
"실명제"바람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