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9일 확정한 외국인력관리제도 개선방안은 현행 연수생제도의
기본골격을 살리되 외국인연수생의 인권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한 사실상의
고용허가제라고 할수 있어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고용허가제 도입문제는 도입명분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회적
현실을 고려한 반대여론이 높아 지난 상반기중 치열한 논쟁을 거친 끝에
결론은 내지 못하고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넘겨진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가
이 문제에 전격적인 결론을 내린 것은 다소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새로운 개선방안은 내년 1월부터 외국인연수생이 일정기간의 연수후
기능시험등에 합격할 경우 국내 근로자와 동일한 신분을 부여하는 연수취업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외국인 근로자 정책은 고용의 불법화를 막고 노동인권을 보호하는 한편
경제구조의 선진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3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골치를 앓는 문제이다.

그래서 자본과 기술,상품과 정보가 탈규제화 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어느나라건 외국인 근로자 정책만큼은 그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비록 절충안이라고는 하나 말썽많은 사실상의
고용허가제를 서둘러 도입키로 한 것은 이 제도가 국내 중소기업에 줄
적지않은 부담을 생각할 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외국인력관리정책은 그 명칭이 산업연수생제냐 고요허가제냐 연수취업제냐
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긴 안목의 사회정책적 관점에서 외국인력을
얼마나 체계있게 관리하는냐 하는 관리능력의 여부에 성패가 달렸다고 할수
있다.

예컨대 인력도입 문제만 하더라도 정부의 구상처럼 도입기관을 복수화해
경쟁을 붙인다 해서 잡음이 근절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혼란과 부조리가 게재될지도 모른다.

독일의 경우처럼 외국인력의 고용및 관리를 전담하는 노사공익위원회 같은
공공기관을 만들어 이 기관이 송출국의 해당공공기관과 쌍무협정을 맺고
근로자의 선발과 입국업무 등을 주관한다면 부조리를 줄이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연수후 소정의 절차를 거쳐 극히 일부에게만 취업자격을 준다면 나머지
대다수의 연수생들이 고분고분 귀국할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이탈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우리사회에 불법취업의
수요가 있는한 외국인력시장의 이중구조는 상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정부는 연수취업제도가 현행 연수제를 확대 개편한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그 파장은 고용허가제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외국인력도입제도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면 기업의 추가부담을
최소화하고 외국인 노동력의 불법화를 철저히 막아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사후 관리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