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사수하라"

세계 굴지의 통신 전문회사인 스웨덴 에릭슨 그룹의 라스 람크비스트(58)
회장은 요즘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이 21세기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경쟁업체들이 에릭슨의 정예
부대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서다.

1백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통신업계의 거인 에릭슨은 뛰어난 인적자원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동안 인력개발에 정성을 다해 공을 들여온 덕분이다.

전문인력이 턱없이 달리는 가운데 "에릭슨맨"을 탐내는 세력의 유혹은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지난달 스톡홀름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람크비스트 회장은 60억크로나
(한화 약 6백78억원)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 직원들에게 싼값에 나누어줄
것을 제안했다.

회장이 직접 나서서 문단속을 해야 할 지경이라는 하소연과 함께.

물론 심각한 경영난속에서 입하나라도 줄이는데 급급한 수많은 기업들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람크비스트 회장은 이전부터 "기업의 흥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R&D"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해 왔다.

90년 5월 회장겸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자리에서 그는 "아무리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인력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투자는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람크비스트 회장의 독특한 "출신성분"은 R&D를 향한 열정의 뿌리를 짐작
하게 해준다.

그는 "전자 광분학"이란 논문으로 고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따낸 물리학
박사.

소시적에는 직접 현장에서 기술개발에 몸담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취임후 매출액의 20%에 해당하는 비용을 기술개발에 지속적
으로 투자토록 하는 한편 세계 23개국에 연구소 44개를 설립했다.

최고 경영자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이들 연구팀은 이른바 "글로벌 R&D"라는
24시간 연구체제를 구축했다.

"에릭슨 코퍼레이션 네트워크"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서로 다른 연구소끼리
연구결과를 공유하면서 가장 빠른 시간내에 최첨단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팀워크를 가능케 했다.

현재 판매되는 모든 에릭슨 제품은 개발된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초기연구부터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얘기다.

빼어난 인적자원과 기술력에 힘입어 에릭슨은 한껏 무르익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경영성적표도 나무랄데 없이 화려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나 증가한 7백20억크로나
(한화 8조1천8백20억8천만원)를 기록했다.

순익은 전년도에 비해 18억크로나(44%)가 늘어난 60억크로나(6천8백14억4천
만원)를 거뒀다.

근 6년째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수주액 역시 39%가 늘어나
8백77억크로나(9조9천7백억원)에 달했다.

특히 주력품목인 휴대전화의 경우 매출이 1백%이상 신장하는 개가를
올렸다.

하지만 람크비스트 회장은 "갈길은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지난 4월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일본 휴대전화 사업자인 NTT도코모의 3세대
무선통신 시스템 공급권을 따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시장을 뚫은 동시에 2000년대의 가장 매력적인
황금시장으로 꼽히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멀지않아 에릭슨은 스웨덴이 낳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자 통신업계의
확고부동한 1인자로 올라설 것"이라던 람크비스트 회장의 "취임공약"이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 김혜수 기자 >

[[ 약력 ]]

<>1961년 스톡홀름대학 졸업
<>1962년 스토라코파베르그사 입사
<>1975년 액슬존슨연구소 소장
<>1980년 에릭슨사 정보시스템부문 부사장
<>1988년 에릭슨 무선시스템사 사장
<>1990년 에릭슨그룹 회장겸 CEO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