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노사관계개혁위원회(위원장 현승종)는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최우선변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것과 관련,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퇴직금 지급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된 재계 대표의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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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갑보 < 삼익물산 대표이사 >

퇴직금 최우선변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였다.

이는 근로채권중 최우선변제권의 범위에 퇴직금을 전액 포함시키는 것은
근로자보호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사법상의 담보물권 질서를 저해하고
기업의 담보가치를 약화시켜 자금난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보완토록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각 기업에서 퇴직금이 급속히 누적됨에 따라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퇴직금 최우선변제 조항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개인대출을 선호하고 있다.

그 결과 예전과는 달리 민간예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생산자금화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국민예금으로 조성된 자본을 반드시 회수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종래 퇴직금 최우선변제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퇴직금에 밀려 은행이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부실해지면 결국
예금주들이 피해를 입는다.

이런 까닭에 퇴직금 최우선변제는 노사간의 문제도 아니고 금융권과
근로자간의 문제도 아니며 결국에는 시민과 시민간의 문제로 귀착된다.

따라서 기업도산에 대한 책임의 일부를 근로자들이 져야 한다는 헌법
재판소의 논리는 타당하다.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제3자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헌재의 결정은 올바른 판단이었다.

이번 헌재 판결로 퇴직금 채권에 대한 지급보장이 제한됨에 따라 앞으로
근로자들의 퇴직금 중간정산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 입장에서는 담보가치의 향상으로 자금운영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게 됐다.

최우선변제 대상이 되는 퇴직금의 적정범위는 "최대한 3년간의 퇴직금"
으로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첫째 이유는 지난 4월 발효된 "소기업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법 제6조에서는 소기업에 대한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의 적용범위를
"최종 3개월분 임금 및 최종 3년간의 퇴직금과 재해보상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최종 3개월의 퇴직금은 "최종근로기간 3년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지칭한다"는 헌법재판소 소수의견의 취지에도 맞기 때문이다.

임금후불성 퇴직금이 임금보다 우대받는 것은 부당하며 퇴직금 확보를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은 단체협약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