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이 아니라 "독립"이다"

일찌감치 부모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생활을 하려는 신세대들의 증가와
함께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나홀로 집에" 있는 독신자들이
늘고 있다.

H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지금은 조그마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장우택(36)씨.

키 1백80cm의 미끈한 체격에 잘생긴 얼굴을 소유한 그는 아직도 싱글이다.

"왜 혼자 사느냐"는 질문에 "독신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삶의 선택일 뿐"
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한다.

"나의 일 하는데는 혼자가 최고다.

주위를 둘러보면 결혼은 거의 구속에 가깝다.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낫다"고 그는 독신론을 펼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5년 현재 독신가구는 1백64만2천가구.

5년전보다 60.8%나 증가했다.

현재는 2백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기업 사보팀이 젊은 사원들의 결혼관을 설문조사한 결과 71%가
능력만 있다면 독신생활도 바람직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신은 이제 신세대들에게 삶의 중요한 선택영역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다.

S여중 교사로 독신녀인 김희정(32)씨는 매주 요일별로 시간표를 짜 컴퓨터
영어회화 테니스 골프 등을 배운다.

지금이 너무 좋다.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휴가때는 동남아 유럽 등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2년뒤에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날 꿈에 부풀어 있다.

2~3년전만 해도 주위에서 결혼하라고 하도 성화를 부려서 몇번 선을 봤지만
그녀는 도무지 독신생활을 포기할수 없었다.

독신자들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변하고 있다.

"매력이 없어 짝을 찾지 못하는 못난 사람"으로 색안경을 쓰고 보던 인식이
크게 바뀌어 "독립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강해졌다.

어떤 이는 독신자도 새로운 가족의 개념으로 받아들여 의료보험료 인하
세금혜택 등의 정책개발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독신자들은 의사표현에 전혀 거리낌을 받지 않는다.

독신자들의 최대 문제중의 하나인 섹스.

마음이 통하는 남자를 만나면 종종 성욕을 느낀다는 어느 독신녀의 고백은
이렇다.

"감정을 속이다 나중에 후회하느니 차라리 그때 그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겠다"

독신을 겨냥한 "솔로(Solo) 사업"은 놀라운 성장세다.

독신자들이 몰려 사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와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동 등에는 원룸주택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또 이들을 타깃으로 빨래방 편의점 비디오점 책대여점 등도 호황을 누린다.

도시락배달점 모닝콜서비스 인스턴트 밥 쇼핑대행서비스 등 각종 신종사업도
성업이다.

독신자를 위한 2.5~3.5kg 초소형 세탁기, 전기밥솥 등 이른바 개전제품(종전
가족단위에 맞춰 대형으로 만들어진 가전제품이 소형화돼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으로 만들어진 제품)도 속속 등장했다.

독신자들을 위한 책도 잇따라 출간돼 인기리에 판매중이다.

이 책들은 독신의 멋내기, 독신생활의 위기를 극복하는 요령, 친구와 애인을
사귀는 지혜, 성생활, 건강유지법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도 독신자들을 겨냥한 시장의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