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윤황

경제의 최대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실제 생산량의 증가를 시도하는
경제성장과정에서 국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국제수지 흑자와 경기부양
기미에 대한 정부발표에 접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한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경기가 반전되어 국제수지 적자와 경기침체
증상이 대중매체를 통해 전해지면서 허탈상태에 놓이곤 한다.

경기부침의 악순환은 한국의 경제적 현실이다.

불규칙적이고 변덕스러운 경기부침의 심한 굴곡을 유순하게 길들이면서
평평하게 고르는 방도는 없는 것일까.

국민들은 경기굴곡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고통이 제거된 안정성장을
갈구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보충적인 처방은 기업에 의해 자발적으로 주도되는
기술의 연구개발(R&D)이다.

처방의 근본적 원리에 따르면 경제성장은 주기적 경기변동의 발생기반을
임의로 조작하고 고착시킬수 있는 힘을 보유하며, 특히 기술혁신에 바탕을
둔 경제성장은 가파른 경기굴곡을 제거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변동의
발생기반을 평평하게 고르고 고착시킨다는 것이다.

기술혁신은 대체로 신기술이 구현된 새로운 기계와 장비, 동일한 양의
생산자원을 투입하여 보다 높은 생산고를 산출할수 있는 신생산방법,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경영.조직.판매에 관한 전문지식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기술혁신은 또한 노동 토지 자본 등 생산요소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게 되며 또 상품차별화를 구체적으로 실현하여
상품의 시장경쟁력 강화는 물론 가격통제력의 장악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하여 상품차별화는 대량생산체제의 기반을 구축하게 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기술혁신은 규모의 경제와 더불어 평균생산비용 절감과
가격인하를 가능케 함으로써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안정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신투자의 일환으로 기업은 기술혁신이
구현된 기계와 장비의 생산에 대량의 자본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동자 역시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마케팅에 관한 혁신적인
기술과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하여 교육과 재훈련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정부의 중앙경제계획에 명시된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와
규제의 완화범위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기업활동, 기업이윤, 기업의 사회적 지위가 경쟁에 바탕을 둔 시장원리보다는
오히려 경제에 관한 정부당국의 의사결정에 의존하지 않을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또한 정부보호기구의 네트워크를 통한 소위 정경유착만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고 확신하는 사회풍조가 경제의 사부문을 휩쓸면서 기업풍토를
부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기업은 대량의 장기투자를 요하는 기술의 연구개발을 외면한
채 다른 부실기업의 인수 또는 흡수합병에 대량의 자본을 투입하여 회사의
덩치를 비대화시키는 한편 주식시장을 통해 인수 합병에서 비롯되는 소위
불로소득인 단기적 이익을 챙기며 기업의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영향력강화에 주력한다.

인수 합병하는 대기업 역시 결국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부실경영을
일삼는 것이 다반사이며 손실누적과 부채에 짓눌려 회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보와 기아의 경우가 전형적인 사례이다.

일부 기업들은 또 자사내에 연구소를 두고 자력으로 기술을 연구개발하기
보다는 아예 기술도입을 선호한다.

그 이유 역시 손쉽게 단기적인 이익을 챙기겠다는 속셈에서다.

최근까지 정부의 수입규제라는 보호그늘에서 도입된 기술은 상품차별화를
통해 상품의 국내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그 기술은 국제시장에서 상품화된지 이미 오래고 거의
노후화되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늘날 정부의 수입자유화정책으로 인해 국내시장은
수입상품의 홍수로 국제시장화되고 있으며 국내시장과 국제시장간의
구별마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기업과 정부의 경제관료는 때로는 속수무책이 된 채 도박성이
짙은 예측불허의 환율변동,원화의 평가절하에 의한 일시적인 가격경쟁력
제고, 수출호전의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는 무력함과 기술정책의
부재를 노출하기도 한다.

세계화시대의 생존경쟁에서 기업이 낙후를 모면할수 있는 유일한
자구책은 국제경쟁력의 강화뿐이다.

70-80년대에 걸쳐 미국 자동차산업은 일본산 수입자동차의 월등한
질과 저렴한 가격의 위력에 압도되어 휘청거리면서 안절부절 못하였다.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중의 하나인 크라이슬러회사는 특히 국내외로부터의
치열한 경쟁압력에 짓눌려 압사직전에 처한 적이 있었다.

강력한 수입규제와 회사구제에 대한 여론이 한때 비등했었다.

레이건대통령의 보수정부도 중소기업의 연쇄도산과 기간산업의 독점화를
우려한 나머지 시장원리에 예외가 되는 극약처방으로서 결국 10년
상환조건으로 필요한 자금을 회사에 융자해 주었다.

크라이슬러사는 6년간에 걸친 인내.끈기.각고끝에 기사회생하였고
정부융자금전액을 일시블로 갚게 되는 경이적인 사건을 연출하였다.

그러나 레이건행정부는 수입자유화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경쟁의 미덕과 시장원리를 고수하였다.

이를 계기로 미국 자동차산업은 세계정상의 지위를 자력으로 되찾기
위해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에 막대한 장기투자를 감행하였고 현재도
계속하고 있다.

20여년에 걸친 꾸준한 각고의 결과 90년대에 이르러서는 일본차의 질에
필적하는 향상된 품질과 경쟁가격을 과시하는 우수한 자동차를 시장에
선보이게 되었고 산업의 긍지를 반영하는 시장점유율도 점차 회복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생산.경영.조직.판매에 관한 기술혁신에 바탕을
둔 미국의 경제성장은 연방은행의 독립적인 화폐정책과 더블어 경기부침의
굴곡을 유순하게 길들이면서 경제변동의 발생기반을 평평하게 잘 고르고
있다.

미국사회는 경기굴곡이 제거된 안정성장을 만끽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