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나 기아사태 등에서 보듯 대기업의 경영부실은 주거래은행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

외국의 경우 대출금을 회수하지못해 도산하는 금융회사가 허다하다.

특히 최근들어 외국기업에 대한 거액대출이 늘어나면서 이에대한 우려가
더한층 증폭되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대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출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은
없을까.

요즘 그 해답을 이름조차 생소한 "신용파생상품(credit derivatives)"에서
찾는 국제 금융회사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거액을 대출해준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나 헤지펀드 등에 수입이자의
일부를 나눠주는 대신 대출에 따른 부담도 떠넘길수 있는 이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 파생신용상품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1천5백억달러상당.

지난해 2백억달러 정도에 비하면 7배 이상 급신장했다.

JP모건 시티뱅크 체이스 맨해튼 등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앞다투어 이 상품
의 거래에 참여하고 있어 조만간 수조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게 미국
월가의 추정이다.

미 경제전문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도 만일 지난 수년간 주가선물 등 파생
상품 거래를 통한 대형 금융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신용파생시장은 보다
큰 성장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상품을 발행하는 회사는 투자위험을 줄이는 한편 매입회사도 투자수익이
높아 국제금융시장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션크맨캐피털매니지먼트사는 투자희망업체를 대상으로
신디케이트를 형성해 이상품을 집중 매입, 지난 2년간 평균 15% 이상의
높은 수익을 얻었다.

이 회사의 마크 션크맨사장은 "현재 25개 기업이 발행한 32종의 상품을
운용중"이라며 이른바 정크본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 상품은 대출 대상이 기업이 아닌 다른 금융회사여서 국제결제은행(BIS)이
규정한 자기자본비율을 낮출수 있다는 점도 또다른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BIS는 기업대출보다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유지비율을
낮게 책정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상품을 활용,중국등 개도국에 대한 자금지원에 적극 나서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체이스맨해튼의 그레그 휘태커 파생상품 담당자는
전한다.

물론 이상품이 안고있는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

그 하나가 대출 이자율을 상승시킨다는 사실이다.

대출이자수입을 이에 참여한 다른 금융회사에 나눠 주면서도 이익을
올리려면 그만큼 대출이자를 인상하는게 불가피해서 그렇다.

이 상품으로 인한 대형 투자사고가 지금까지는 단한건도 없으나 앞으로
과열투기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이나 미국 금융당국이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관련 법규를 만들려는 것도
이의 반영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 은행들의 대출규모가 점차 커지는 지금
신용파생상품은 날로 그 세를 더해 나갈 것이라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일반적
인 관측이다.

< 김영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