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상급노동단체에 교섭권을 위임하고도 개별적으로 사용자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무효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 (재판장 정인진 부장판사)는 24일 한국
원자력연구소가 이미선씨 등 회사퇴직자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단위노조가 연합노조에 교섭권 등을 위임하는 것은
보다 강력한 단체교섭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이 경우 단위조합은 더이상
교섭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단위노조가 교섭권을 위임한 후에도 계속 교섭권을
가진다면 사용자로서는 두 조합과 이중교섭을 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원자력병원노조가 95년 3월 전국병원노련에 교섭권을 위임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그 후 개별적으로 연구소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무효"
라고 덧붙였다.

한국원자력병원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지난 95년 11월
원자력병원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새협약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해
이씨 등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교섭권위임문제로 새단체협약의 무효논란이 일자 지난해
"새협약은 무효이므로 이씨등은 종전협약의 퇴직금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며 인상액만큼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