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해양경쟁시대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특히 동남아각국의 군비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는 한 신문의 최근
보도가 이를 더욱 실감나게 하며, 본격적인 해양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동남아 항로는 세계 4대 무역항로중의 하나로서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을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유류수송의 80%, 점차 증가일로에 있는
대유럽.대동남아 수출입 물량 수송로로서 우리민족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교역물동량의 99.8%를 해상 수송에 의존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말라카해협, 남사군도,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해상항로는 대단히
중요하다.

아울러 안전한 해상교통로의 확보는 물론 남사군도를 비롯한 동남아
인근 지역의 영유권 분쟁도 해양경쟁시대를 맞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남사군도를 둘러싼 인근 7개국 영유권분쟁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
각국은 해양시대를 주도할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태국이 아시아 최초의 항공모함인 HTMS차크리나루에텟을
스페인으로부터 인수해 취역식을 가졌으며, 이어 약 7백11억원을 투입하여
영국제 해리어전투기 9대를 구매했다는 소식은 최근 재경원이 태국에
5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확정했다는 보도와 맞물려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우리의 해군력은 통일시대에 경쟁대상이 될 미국 일본 중국등에 비해
현저한 열세에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북한의 해군력과 비교해도 결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독도문제, 일본의 한국어선 나포사건등에서 보듯이 한 나라의 해군력으로서
힘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음은 규모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해군력의
특성 때문이다.

일본은 8천t급 이지스구축함을 비롯 함정의 대형화와 질적 증강을 추구하여
벌써부터 대양 작전능력을 보유하는 단계에 진입하였으며, 중국은 남사군도
영토분쟁시 원해작전 능력을 갖춘 해군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대형
구축함, 호위함건조는 물론 2000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3만~4만t급 항모 2척을
자체건조및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면서 우리보다 한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동남아
국가들보다 약한 해군을 보유해야 하는가.

해군력은 곧 국력을 상징한다는 국제관념에 비추어 볼 때 잘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해군력은 하루 아침에 건설되지 않는다.

최소한 10~20여년이 소요되는 중장기 계획이다.

동남아국가들이 해군력증강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들은
10년전부터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황대식 <국회의원회관 근무>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