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글로벌포럼의 주제는 "한.미 경제관계의 새로운 조명"입니다.

한.미 관계는 최근 들어 잣은 통상마찰로 전통적인 우방의 이미지가
많이 퇴색했습니다.

특히 올들어서는 한국의 근검절약 운동을 미국이 통상 이슈화하면서
국민들의 대미감정이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한.미관계가 전환기에 있으며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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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김달중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오강현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
임광원 <한미경제협의회 부회장>
이윤호
배이동 <전경련 국제담당이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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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80년대말 폴 케네디는 "강대국의 흥망"을 통해 미국의 쇠퇴를
예고했었지만 미국은 최근 장기호황을 누리는 등 오히려 더 부강해졌습니다.

비결은 뭔가요.

<>임부회장=미국 경제는 클린턴행정부 1기 연평균 2.5%의 안정적인 성장에
이어 올들어서도 1.4분기에 5.8%의 성장과 2.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1.4분기 수출신장률은 11.2%에 달했습니다.

상무장관이 수출증진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부가 수출증진에 최선을
다한 결과입니다.

<>오실장 =미국 경제는 성장 실업 인플레 기업이익률 재정적자 등 5가지
지표가 현재 최상의 컴비네이션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실질임금이 사실상 동결됐고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엄청나게 높아진 덕이죠.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호황지속의 가장 큰 요인으로
행정부를 꼽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근로자,연방준비위원회,기업,의회 순이었습니다.

<>이원장 =미국의 호황은 경쟁 촉진적인 정책의 실시로 가능했던 겁니다.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의 혁신지향적인 노력과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장기호황을 불러왔다고 봐야 합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더 부강해지면서 외교 정책도 바뀌고 있나요.

<>김원장 =미국이 추구하는 국가 목표와 이를 위한 전략은 별로 변함이
없습니다.

미국의 국가 목표는 자국과 지역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것, 통상을
통한 경제이익의 추구,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패권 국가의 출현 방지
등입니다.

이를 위한 전략은 최강의 군사력 유지,정치적 영향력의 지속,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쌍무간 및 다자간 동맹활용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건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 =세계 외교의 흐름이 경제실리 위주로 변화하고 있는데 미국도
마찬가지인가요.

<>김원장 =경제나 환경 등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요.

포괄적 안보의 개념이 넓어지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원안보와 환경문제,초국가적인 범죄예방 등이 그것이지요.

<>이원장 =전에는 포괄적 상호주의였지요.

미국은 군사안보 부문에서 이익을 얻으면 시장은 다소 양보했었거든요.

이제는 그런 양보가 없어졌어요.

<>사회 =통상정책과 관련해 클린턴 2기 행정부는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정부에선 어떻게 보시나요.

<>오실장 =1, 2기의 기조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2기 들어서는 경제적 이익극대화 전략이 강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미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요.

정보기술협회(ITA)등을 통해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비교우위를 지키려하고
있고 APEC(아태경제협력체)에서도 자동차 화학 등 분야별 조기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지요.

미국은 쌍무협상 지역경제협력체 다자간협상 등을 적절히 연계시켜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임부회장 = 미국은 쌍무협상과 함께 WTO(세계무역기구)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구성원이나 규모에서 대응하기 편하면서도 개방적인
OECD에 먼저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쌍무협상압력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자간 협상 방식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와 협상기법이 요청된다고 봅니다.

<>사회=한미 관계로만 좁혀볼까요.

미국의 동북아전략 변화와 한미 정치관계에 대해 전망해주시죠.

<>김원장 =미국의 동북아정책은 안보, 통상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적 세력으로서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서지요.

앞으로는 안보를 대가로 한 경제이익을 더 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미.중 관계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과는 견제와 협력을 동시에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로서는 미국과의 안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어떻게 조화하느냐가
과제인 것입니다.

<>이원장 =미국의 동북아정책은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원장 =냉전시대에는 한국과 미국의 전략목표가 일치했었지요.

그러나 소련이 없어지면서 달라졌습니다.

미국은 글로벌한 측면에서 핵확산금지 등을 강조하고 있고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전략목표가 달라지면서 한국과 미국은 서로에게 이미지도 많이
나빠졌습니다.

미국은 냉전 시대 때는 한국 지지 일변도 였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한미 관계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는 얘깁니다.

<>사회 =대미적자 심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데 한미간 교역은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나요.

<>오실장 =대미교역은 87년 96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작년에는 1백16억달러의 적자를 봤습니다.

특히 93~94년에 걸쳐 자본재 수입선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전환되고 우리의
산업구조가 소프트화되면서 이 분야 경쟁력이 강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했습니다.

또 후발개도국에 추격을 당하면서 수출도 많이 줄었습니다.

91년 3.5%였던 미국시장 점유율은 작년엔 2.6%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환율이 어느 정도 유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멀리보면 비관적이진
않습니다.

<>이원장 =미국 시장을 탈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나 개도국으로만 몰려가는데 미국시장을 탈환하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사회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엄청난 무역흑자를 보면서도 통상압력을
늦추지 않고 있는데요.

<>오실장 =기본적으로 한미통상관계는 과거 어느 해 보다도 원만하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5백50억달러 정도 교역하다보니 협의할 현안은 항상 있습니다.

<>사회 =자동차와 관련해서도 우리 업계는 미국의 압력이 부당하다고
보고 있지요.

<>임부회장 =미국 자동차업계는 한국시장의 외제승용차 점유율이 여전히
낮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관세인하, 세제개선, 형식승인 간소화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세문제만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84년 1백50%에서 95년엔 8%로
11년 사이에 약 20배 가까이 인하했습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우려하는 문제의 핵심은 사실 제도상의 미비 보다는
확장일로에 선 한국의 생산 능력입니다.

세계자동차 시장의 수요공급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게 뻔하니까요.

<>사회 =21세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한미관계도 국익극대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김원장 =동감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민간차원에서부터 서로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합니다.

<>오실장 =우리는 대미통상정책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수동 방어에서 적극 공세로,양자협의에서 다자간협상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전통적 통상외교에서 적극적인 기업통상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또 국제통상이슈에 대해 적극 제기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미국과는 장기적 시각작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증대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한투자를 유도해 한국을 동남아의 비즈니스센터로 만들
수 있도록 우리 제도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임부회장 =정부와 경제단체가 함께 21세기를 대비하는 대미접근
중장기 종합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수출확대 외자유치 관광진흥 등과
같은 경제실리추구를 좀 더 체계적이고 생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이원장 =한미관계는 지금 전환기입니다.

이제는 합리적으로 실리적인 관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내부의 관습 인식 행태 제도가 보편적이 되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지요.

<>사회 =안팎으로 도전받고 있는 한미관계를 경제실리에 바탕한 합리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과제인 것 같습니다.

< 정리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