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라안팎에서 우리경제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걱정은 와튼 계량경제연구소(WEFA)가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24개국과 아시아 개발도상국 12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부문별 국가
위험도 조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 조사는 WEFA가 분기별로 경제성장 물가 환율 금리 금융안정성 정부재정
외채 노사관계 기업경영의욕 등 12개 항목에 걸쳐 위험도가 낮을수록 10점
만점에 가깝게 채점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조사결과 한국의 국가위험도는 지난 연말에 비해 불과 7개월만에 전반적
으로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보면 최근 대기업의 잇단 좌초와 금융시장의 불안을 반영해
정부재정을 제외한 금융안정성 환율 기업경영의욕 등 거의 모든 항목이
평균치를 훨씬 밑돌았으며, 특히 환율과 기업경영의욕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현재 우리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 대규모 부실채권을 서둘러 정리하고 금융산업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한보 기아 등 이미 부도를 냈거나 부도일보 직전인 대기업들을 자력갱생,
제 3자인수, 자산매각 등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하지 않고는 부실채권 협력
업체지원, 구조조정 등 숱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없다.

동시에 인수-합병 청산 전문화 등 금융산업의 구조개편도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실물경제와 금융산업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거시경제 동향이
기업경영여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실기업이 빨리 정리되지
않으면 경제전반의 위기의식을 지울 수 없다고 본다.

이 점에서 볼때 이해관계자들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정책당국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위기관리능력이 의심받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또한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개혁도 강도높게 단행돼야 한다고 본다.

비록 기업과 금융기관을 포괄하는 민간부문이 구조조정을 추진해도 이를
규제하고 조정하는 공공부문이 구태의연하다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개혁내용에는 정부조직의 축소 및 기능개편, 사회보험제도
개선, 공기업의 효율향상 등이 망라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동남아 외환위기에서 보듯이 실물경제의
침체와 맞물린 금융시장 불안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웃 일본도 거품붕괴로 인한 복합불황 및 부실채권누적에 따른 금융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대장성을 비롯한 정부조직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
하고 있다.

미국 폴 크루그먼 교수의 지적대로 우리도 환경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정책조정 시스템을 만들고 국민경제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작업을
진지하게 추진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