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은 한은의 특융을 받기 위해 보다 강도높은 자구노력 및 경영
정상화계획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주말에 표명되자 추가로
자구노력을 전개할 만한 여지가 없다며 고심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지난 4월에 발표한 첫 자구계획에서 3천6백2억원 상당의 경비
절감책을 마련한데 이어 최근 다시 졸라맨 허리띠를 더욱 조여 총
1천5백23억원을 추가 절감, 오는 99년까지 총 5천1백25억원의 경비절감을
추진키로 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1차 자구에 이어 뼈를 깎는 심정으로 2차 자구계획을
자율적으로 마련한 마당에 다시 자구계획을 강화하라고 하는 것은 제일은행
의 사정을 모르는 처사"라고 설명했다.

제일은행 직원들은 특히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인 유시열 행장이 지난 4월
취임이래 스스로 자구의지를 불태워야 정부도 은행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려는 시책을 펴기가 용이할 것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하면서 은행이 허용
하는 최대한도의 자구계획을 세웠는데 정부나 한은측이 무조건 자구계획을
강화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제일은행은 또 일부에서 은행이 어려운 처지에 빠진 만큼 본점사옥도
매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으나 본점사옥을 판다고 내놓은들
부동산경기가 이처럼 침체된 마당에 매각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데다 매각할
경우 임대비용이 만만치 않아 본점매각의 실효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전망
했다.

또 인원감축 등 자구노력에 대한 노조동의서의 제출이 필요하다는 한은의
입장에 대해 "인원감축은 노사협약사항이 아니고 은행 경영진의 고유권한"
이라며 필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제일은행의 한 간부직원은 "특융을 받기 위해 불가피하다면 3차 자구계획을
마련해야겠지만 정부측이 지나치게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하면 자칫
실현성이 부족한 탁상공론식의 자구계획이 제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