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변화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36주년을 맞는 농협이 농산물 시장및 유통시장 금융시장의
개방이라는 도전을 받으면서 기업경영방식의 도입 등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93년 UR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을 계기로 국내농업구조개선 및
협동조합에 대한 비판과 개혁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농협도 중앙회를
중심으로 개혁에 착수했다.

일차로 나타난 것이 독립사업부체제구축.

농업생산성향상을 위한 지도사업과 영농자재공급 유통사업 등 경제사업,
대출 신용보증 등 신용사업, 이 세가지 사업을 독립사업부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농협이 95년초 자회사로 설립한 농협유통은 첫해 매출액
1천23억원이 1년만에 2천4백65억원으로 1백41%나 성장했다.

이는 종전의 반관적인 자세를 탈피해 수익극대화라는 기업마인드를
채택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결하는 새로운 농산물 판매기법을
도입한데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96년에 처음 개장한 소규모 직영점 하나로마트는 "농산물 24시간
편의점"으로의 탈바꿈 과정을 거쳐 최근에는 대형할인점과 경쟁하는
"24시간 농산물 할인매장"으로 운영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신용사업역시 총수신고가 95년 20조 8천9백31억원에서 96년
27조3천4백67억원으로 31%나 늘어나고 상품종류도 시중은행처럼 다양화하고
있다.

일선농협의 지도사업역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을 듣고있다.

예를 들면 종전에는 농민들이 일일이 농산물을 농협에 갖다주어야 했으나
최근 2,3년새 중앙회가 차량과 무선전화기 냉장차 등을 지원, 개별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마을 단위별로 순회수집해 공동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순회수집 판매실적은 94년 이전에만 해도 전체 판매실적의 30% 미만
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5%에 달했다.

기업식 고객만족경영의 농협버젼인 셈이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환경속에서는 이같은 중앙회중심의 변화가
일선조합에까지 도달해야하고 비대한 조직의 효율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분야의 경우 상호금융 40조원 돌파, 총수신 1위라는 화려한 외양속에
1인당 수신고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중간에 불과하며 국제금융부문의
전문성취약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용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지도사업의 적자보전에
지원돼 효율적인 자체투자도 어렵다.

조합규모의 영세성 및 낮은 노동생산성도 부담스럽다.

농협의 1천3백96개 회원조합가운데에는 읍면이하 조합이 74%
(1천34개소)에 달해 조합의 경영기반이 취약한데도 경영부실을 견제할
회원조합에 대한 조정 통제기능이 전보다 약하다.

단위조합의 경쟁력확보를 위해 추진중인 조합 통폐합역시 단위조합의
반발로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있다.

이때문에 앞으로는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조합합병이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김정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