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웨어 업계에 잔잔한 혁명을 몰고오는 사나이.

로버트 루이스 드레이프스 아디다스 사장(51)을 두고 하는 말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세줄무늬''를 휘날리며 스포츠계 황제자리를 누렸던
아디다스.

그러나 80년대들어 나이키와 리복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나아가 영원히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지는가 싶었더니 최근들어 다시 ''옛영화''를 되찾고
있다.

곱슬머리 프랑스출신으로 한때 금융업자였던 드레이프스 사장이 자존심
강한 독일기업 아디다스를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가 아디다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회사가 침몰일보직전에 놓여있던 93년.

부채더미로 채권단에 놓여있던 아디다스는 그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아디다스는 그의 대수술로 5년만에 기사회생했다.

사장부임 몇주안에 독일의 경영간부를 거의 잘랐다.

판매담당이사에 프랑스인을, 마케팅담당이사에는 스웨덴인을, 금융담당
이사에는 스웨덴인을을 각각 기용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최대시장이 미국인 점을 감안해 독일 본사의 공식어를 영어로
지정했다.

이어 오스트리아 공장 등 채산성이 없는 공장을 폐쇄한 뒤에 프랑스
공장을 단돈 1프랑에 처분하려고까지 했다.

87년 1만4천6백명에 달했던 이 공장의 직원은 94년 4천명으로 줄었다.

인원을 줄이는 대신 그는 마케팅분야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80년대들어 마켓셰어가 줄면서 수익성이 떨어지자 아디다스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마케팅 예산을 줄여오던 터였다.

그래서 93년 마케팅비용은 매출의 6%에 그쳤다.

그는 그러나 "비용절감은 쉽다. 하지만 성장을 약속하지 못하는 경비
절감은 무의미하다"며 마케팅투자를 2배이상 늘렸다.

또 스포츠팀 스폰서에 의존하던 기존의 마케팅방식 일변도에서 벗어나
TV프로그램 광고를 확대했다.

1년에 TV광고 한편이었던 것이 현재는 40여개다.

드레이프스 사장의 대수술로 지난 92년 17억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이 95년
20억달러, 96년에 28억으로 뛰었다.

주당 42.5달러였던 주가도 3배이상 상승해 현재 1백3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아디다스직원들은 이같은 속도가 앞으로 최소 3년이상 지속된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철저한 리스트럭처링 결과였다.

경영진을 줄이고 임금이 비싼 유럽지역의 공장을 폐쇄하는 한편 마케팅에
대한 투자비율을 확대한 것이 골자다.

그는 "회사의 가장 큰 적은 수세대가 거쳐오면서 생겨난 경직된 관료주의
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당시를 회고한다.

그의 지상과제는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의 공략이다.

현재 미국내 스포츠신발 셰어는 5%.

경쟁업체인 나이키 40%, 리복 16%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아디다스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한다.

전략은 인기선수와의 프로모션 계약을 맺는 등 과감한 마케팅활동.

지난해 나이키와 경합끝에 1억달러에 인기명문 야구팀 뉴욕양키와
아디다스 선수복을 입는 계약을 쟁취했다.

그는 이 계약에서 계약금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뉴욕양키팀의 비즈니스담당 부사장 쉴러씨는 "아디다스의 발전이 곧
양키팀의 발전이다"고 말한다.

드레이프스 사장은 유럽 축구팀에게도 이같은 방식으로 프로모션계약을
추진중이다.

드레이프스 사장은 미국시장 전략에 대해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리복을 2~3년안에 따라잡고 나이키는 다음 상대"라고 말한다.

앤드루 록하트 플레밍증권의 스포츠웨에 마케팅투자전문가는 "스포츠웨어
업계의 판도는 지난 10년간 나이키에 좌우됐지만 이제는 아디다스 손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필 나이트 나이키 회장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는
아디다스와 리복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다"며 아디다스에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장진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