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보잉 747-300B의 추락원인은 무엇일까.

비행기 추락전후의 현장 상황과 항공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현재
까지는 아가냐공항의 안전착륙장치 고장, 기상악화및 조종사의 실수등
복합적 원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항공관련 전문가들은 사고발생 하루만인 6일 사고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공항 안전착륙 장치의 결함이나 조종사의 실수 가능성이 높은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서울대 김성조교수는 "소나기가 쏟아지고 시계가 좋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 조종사가 위험한 수동 착륙을 시도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괌에서 생존자 구조를 돕기위해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던 현지 한국계
주민들도 조종사의 마지막 말이 "나는 할수 있어"라는 내용이었음을 공항
관제탑으로 부터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항공기 추락 원인이 사고 초기 제기된 기상여건
보다는 기체결함이나 조종사 실수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추락사고 직후 구조된 생존자들의 증언도 공항 시설 미비와 조종미숙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KAL기 앞 부분에 탓다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홍현성씨(35.사업대전시
오류동)는 사고현장에서 구조된뒤 "사고 직전 기내폭발은 없었으며 위기를
맞은 기장이 동체착륙을 시도했던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바퀴(랜딩기어)가 뭔가에 닿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고 말해
동체이상을 감지한 사고 비행기의 기장이 추락직전 동체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항공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함께 아가냐공항의 착륙유도 시설의 미비등 미군
공항의 시설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기 추락지점이 아가냐 공항 전방 약 3.8km 부근이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항공기의 착륙을 도와주는 아가냐공항의 계기착륙시설(ILS)중 일부는
실제로 착륙 당시 작동하지 않았다.

ILS는 항공기 착륙전 활주로 중심선에 제대로 접근하도록 도와주는 방위각
시설(LLZ), 적정운항 고도를 안내하는 활공각시설(글라이드 슬로프)이 있다.

특히 활공각 시설이 작동치 않은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종사는 불가피하게 운항고도를
육안으로 판단하고 착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사고 하루가 지나면서 기상악화는 사고의 직접 원인은 아니라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사고기가 아가냐공항으로 접근할때 구름이 많이 끼어 있었고 폭우가 쏟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착륙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고 당시시정(시정)거리가 1.6km여서 착륙에 필요한 거리인 8백m보다
넉넉한 상태였다.

결국 ILS시설의 일부 고장과 기상악화속에 조종사가 고도를 착각,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것으로 항공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