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184) 제4부 : 미지공들의 섬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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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약속을 안 지켜서 화났었지예?"
"네, 아주 타격이 컸습니다.
그때 나는 백사장님과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진실하게 사랑했으니까요"
그는 너무도 솔직하게 말한다.
옆에 누가 있든 그는 언제나 그렇게 솔직담백하고 겁이 없다.
거리낌 없는 행동이 그를 너무 대담하게 보이게 하는가 하면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놈으로 오해하게 까지 한다.
몹시 두려워하는 음성으로 백옥자는 말한다.
"이제 오해가 풀렸으니 한번 만나주실랍니꺼?
물론 석달이나 훨씬 지난 일이니까 지영웅씨 같이 바쁘고 인기있는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러나 고의가 아니었으니까 용서해주이소"
급해지니까 백옥자에게서 경상도사투리가 나온다.
그녀의 겸손함에 지영웅의 마음이 움직인다.
그만큼 자기에게 헌신적인 여자도 드물었었다.
10년이나 수절하던 제과회사 여사장님께서 최초로 사귄 남자였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용서만 해주신다면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내가 너무 염치없는 것도 같지만 아무튼 지코치는 내가 이 세상에 나서
만난 최고의 남자였으니까요" 그는 우쭐해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는 요새 인기 코치여서 학생들이 시간을 까먹지 않는한 밥먹을 틈밖엔
시간이 없어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밤에, 그러니까 여덟시 이후 밖에는 안 된다.
그런 시간에 그녀를 만나기는 싫다.
"그럼 오늘 점심시간에 어때요?
고의는 아니지만 너무 실례를 해서 한턱 단단히 내고 싶어요"
그는 마지 못해서 시간을 낸다.
그것은 김영신과의 약속 때문이라기 보다 백옥자는 이미 잊어버린
여자였기 때문이다.
다만 조그마한 미안함이 남았다면 그녀가 너무나 헌신적으로 그에게
전력투구해 주었고 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첫번째 생일선물은 자기앞수표 5백만원이었다.
"좋아요.
오늘 점심시간에 나오실 수 있어요?" "그럼요.
이젠 회사에 나가는지도 일주일이 넘은 걸요"
"그럼 나를 바람맞힌 바로 그 한식집이 어떻습니까?"
"좋아요.
몇시에 갈까요?"
"열두시부터 한시까지 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지요?"
"시원스레 만나주는 것만도 고맙지요"
그녀는 전보다 더 순한 양 같다.
아니 그녀는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그는 소대가리형님이 소개했지만 직장인 골프연습장까지 데리고
와서 골프를 가르쳤다.
그 당시에는 그가 만나고 있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내놓고 사귀어도
뒤탈이 없을 가장 신용이 가는 여자였다.
나이는 본인이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녀의 주민등록증을 몰래 훔쳐본 그는
그녀가 혜화동에 사는 서른일곱살난 여자이고 SS제과회사 사장이라고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
"네, 아주 타격이 컸습니다.
그때 나는 백사장님과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진실하게 사랑했으니까요"
그는 너무도 솔직하게 말한다.
옆에 누가 있든 그는 언제나 그렇게 솔직담백하고 겁이 없다.
거리낌 없는 행동이 그를 너무 대담하게 보이게 하는가 하면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놈으로 오해하게 까지 한다.
몹시 두려워하는 음성으로 백옥자는 말한다.
"이제 오해가 풀렸으니 한번 만나주실랍니꺼?
물론 석달이나 훨씬 지난 일이니까 지영웅씨 같이 바쁘고 인기있는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러나 고의가 아니었으니까 용서해주이소"
급해지니까 백옥자에게서 경상도사투리가 나온다.
그녀의 겸손함에 지영웅의 마음이 움직인다.
그만큼 자기에게 헌신적인 여자도 드물었었다.
10년이나 수절하던 제과회사 여사장님께서 최초로 사귄 남자였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용서만 해주신다면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내가 너무 염치없는 것도 같지만 아무튼 지코치는 내가 이 세상에 나서
만난 최고의 남자였으니까요" 그는 우쭐해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는 요새 인기 코치여서 학생들이 시간을 까먹지 않는한 밥먹을 틈밖엔
시간이 없어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밤에, 그러니까 여덟시 이후 밖에는 안 된다.
그런 시간에 그녀를 만나기는 싫다.
"그럼 오늘 점심시간에 어때요?
고의는 아니지만 너무 실례를 해서 한턱 단단히 내고 싶어요"
그는 마지 못해서 시간을 낸다.
그것은 김영신과의 약속 때문이라기 보다 백옥자는 이미 잊어버린
여자였기 때문이다.
다만 조그마한 미안함이 남았다면 그녀가 너무나 헌신적으로 그에게
전력투구해 주었고 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첫번째 생일선물은 자기앞수표 5백만원이었다.
"좋아요.
오늘 점심시간에 나오실 수 있어요?" "그럼요.
이젠 회사에 나가는지도 일주일이 넘은 걸요"
"그럼 나를 바람맞힌 바로 그 한식집이 어떻습니까?"
"좋아요.
몇시에 갈까요?"
"열두시부터 한시까지 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지요?"
"시원스레 만나주는 것만도 고맙지요"
그녀는 전보다 더 순한 양 같다.
아니 그녀는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그는 소대가리형님이 소개했지만 직장인 골프연습장까지 데리고
와서 골프를 가르쳤다.
그 당시에는 그가 만나고 있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내놓고 사귀어도
뒤탈이 없을 가장 신용이 가는 여자였다.
나이는 본인이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녀의 주민등록증을 몰래 훔쳐본 그는
그녀가 혜화동에 사는 서른일곱살난 여자이고 SS제과회사 사장이라고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