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관내 중소기업들이 손을 맞잡고 중국시장 개척에 나섰다.

내무부 산하 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 (이사장 문창수)과 사단법인
북방권교류협의회 (총재 이익순)는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구미 창원
청주 평택 이천 경산 김포 칠곡 등 8개 시.군 단체장 및 63개 중소기업
대표와 함께 중국에서 "제1회 한.중투자무역상담회"를 개최했다.

관이 중국시장의 문을 열어주고 장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연합해 해외시장개척단을 내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해 장춘 심양 등 세차례의 순회 상담회에서는 모두 14개 기업이
1천만달러어치의 물건을 팔고 1천3백만달러짜리 합작투자를 성사시켰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추진중인 총 상담실적을 합치면 무려
6억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대중 수출 총액이 1백13억7천7백만달러인 것과 비교할 때
놀랄만한 액수다.

또 8백여개가 넘는 중국 현지 바이어들이 참석한 것도 큰 소득으로
평가된다.

충북 청주의 자력개발 대표 박연수씨는 상해의 강성 집단 (그룹)에
기술을 이전해 주는 대가로 연간 이익의 20%를 받기로 의향서를 주고
받았다.

대상은 샤워기를 들면 물이 나오고 놓으면 물이 나오지 않는 절약형
샤워기와 수도꼭지 제조기술.

자력개발은 이 기술의 국내특허를 갖고 있다.

또 경북 경산의 (주)동호실업(대표 서상봉)은 상해와 심양에서 재생솜
2백1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경북 칠곡에서 산업용 PC제어기를 생산하고 있는 유니텍산업(대표
최창록)은 상해 청포공업단구 등 3개업체에 5백만달러짜리 계약을
추진중이다.

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 문창수 이사장은 "현재 중국은 자본주의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사회주의와 관료주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기업환경도 국내와 상당히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없이 중국시장을
개척하기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특히 자금력과 정보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상담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민관합동 형태의 한.중투자무역상담회는 인구 13억의 중국시장
개척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내 10개 중소기업을 이끌고 온 경북 칠곡 최재영 군수는 "제한된
국내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기 위한 기업들 노력이 참으로 눈물겹다.

중국시장은 잠재력이 무한하지만 중소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진출하기엔
어렵다.

이번 민관합동 상담회로 기업들이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나선다고 해서 중국시장이 금새 터지는 것은
아니다.

한건의 계약실적도 올리지 못한 기업이 50여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전에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고 중국에서 통할 수 있는 신기술과 우수한
제품을 겸비해야만 가능하다.

10년전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한 경산의 G업체 K대표는 "중국에 들어가려면
중국사람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다국적기업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1년에 2~3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단순히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남기고 싼
노동력을 이용해 한 몫 건지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거의 대부분 실패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에 앞서 기업들의 사고방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심양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