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굿으로 세상의 부정을 말끔히 씻어버린다"

극단 쎄실 (대표 채윤일)이 24일~8월24일 창작극 "산씻김-하나의
오보에를 위한 A"를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한다.

9월1일 개막되는 97 세계 연극제 국내 공식 초청작으로 연극제에 앞서
국내 관객에게 먼저 선보이는 것.

"산씻김..."은 한국 전통무속인 씻김굿을 현대연극으로 재현한 작품.

씻김굿은 망자의 한을 풀어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한 굿이다.

목적은 죽은자가 이승을 평화롭게 떠나는데 장애가 되는 모든 요소들로
부터 영혼을 해방시키는데 있다.

그러나 작가 이현화씨는 현대는 "죽은자를 위한 굿"보다 "산자를 위한
굿"이 더 필요한 시대로 본다.

세계가 온갖 부정한 요소에 휩싸여 있음을 뜻한다.

화자는 자동차사고를 당한 한 여인.

그는 고속도로 정비사무실을 찾지만 그곳에 구속당한다.

하얀천 청진기 수술가위 약봉지 곤충채집병 등이 가득한 사무실은 공포
그 자체다.

갑자기 나타난 무녀들이 그를 대상으로 굿을 펼친다.

분말을 뿌리고 바퀴벌레를 쏟아놓는 등.

밝은 빛이 기절한 그를 깨운다.

작품은 전체가 하나의 제의로 연결돼 있다.

씻김굿이란 관문을 통과해 일상의 세계에서 초월적 세계로 인도한다.

부조리로 가득차 있는 세상에 대한 현대인의 집착에 경종을 울린다.

오후 4시30분 7시30분 2회 공연.

문의 334-5915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