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 업계는 올 상반기가 최고의 시련기였다.

경기불황여파로 프로젝트 물량이 급감한데다 신생 업체들이 시장에 대거
가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매년 40%안팎의 성장세를 구가해왔던 SI업계는 이에 따라 올상반기 20%대
성장에 만족해야 했다.

대형 업체를 포함한 SI업체들은 아무리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라도 일단
따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 물불가리지 않고 시장에 달려들었다.

가뜩이나 덤핑수주, 제살깎기 경쟁 등으로 멍들어있던 SI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올초에는 일부 업체의 지나친 덤핑수주 문제가 표면화돼 업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시장상황이 이같이 혼탁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최근들어 업계에 "공멸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시장상황을 바로잡아 다함께 성장할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가장 먼저 수주전에서 감지된다.

주요 업체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놓고 컨소시엄을 구성, 공동수주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나 혼자 먹겠다"는 전략에서 탈피, "이익은 적게 남기더라도 공생하겠다"는
의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너아니면 나"(All or Nothing)식의 경쟁은 지양해야 합니다.

요소기술을 가진 업체끼리 멋진 하모니(컨소시엄)를 구현, 보다 완벽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여러 모로 바람직 합니다"(쌍용정보통신 김용서 사장)

실제로 지난달 입찰절차가 끝난 체신금융망 프로젝트의 경우 현대전자
현대정보기술 쌍용정보통신 기아정보시스템 동양시스템하우스 등 대형 SI업체
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냈다.

이 컨소시엄은 금융업 개방형시스템 구축에 고루 적합한 기술을 갖추고 있어
"드림 팀"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의료보험종합전산망 프로젝트(LG-EDS시스템이 펜타 KDC 등과
컨소시엄 구성 수주), 한국통신프리텔 영업정보시스템구축(대우정보시스템과
쌍용정보통신 컨소시엄 수주) 등의 대형 SI프로젝트가 컨소시엄 구성업체에
낙찰됐다.

공동수주 전략은 <>타업체의 요소기술 활용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의
리스크 분산 <>보유인력의 효율적인 활용 등의 장점이 있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프로젝트를 둘러싼 업체간 합종연횡 움직임은 업체간 기술전문화를 유도하고
있다.

정보시스템 분야가 갈수록 확대,다변화되면서 특정 분야 기술에 회사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대기업과 싸워야 하는 중형 업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매출액 7백억원 규모의 한 업체 관계자는 "회사 규모상 대형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관리(PM)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그동안 금융SI사업에 특화,
개방형 금융전산시스템 구축에는 국내 어느 업체에도 지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특정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업체로는 쌍용정보통신이 GIS(지리정보
시스템) 관련사업 및 스포츠, 기아정보시스템이 금융, 코오롱정보통신이
대학정보화, SK컴퓨터통신이 도시가스 등 GIS, 농심데이타시스템이 유통.
물류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전문화 전략에 성공, 수주전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공공SI프로젝트에서 입찰가 덤핑을 막기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는
것도 최근 SI시장의 한 특징.

공공 프로젝트에서 그동안 덤핑수주의 원인이었던 최저가 낙찰제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체신금융망 구축 의료보험종합전산망 프로젝트 등 올해 발주된 대부분의
공공 SI프로젝트는 기술평가 1위 업체를 우선 선정해 놓고 이 업체를 대상
으로 가격협상에 들어갔다.

이는 곧 정부가 "덤핑수주는 부실공사를 낳고,정보인프라의 부실은 엄청난
재앙을 몰고온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공공 프로젝트에서는 최저가 낙찰제가 일부 남아있긴 합니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 심사에서 가격보다는 기술평가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력이 수주전의 핵심으로 등장한 겁니다"(LG-EDS시스템 김범수 사장)

하반기 SI시장은 공공물량의 증대로 다소간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산업 전반에 경기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금융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산시스템 구축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분야, 병원 은행 보험 등 금융, 대학
등이 올 하반기 SI업계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하반기 SI시장을 뜨겁게 달굴 각 업체들의 전략은 오직 하나.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