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노사화합을 선언한뒤 생산성이 부쩍 오르고 재해가 현저히 줄어든
사업장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 영암군 삼호면에 있는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

지난해 인천 조선소가 옮겨온뒤 서남경제권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사업장.

최근 노사관계가 안정되면서 인근 목포는 물론 전남 경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호조선소는 지난 5월28일 노조가 노사화합선포식을 갖고 무쟁의를
결의한뒤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상반기 매출은 2천8백40억원.

파업으로 얼룩졌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90%나 늘었다.

생산실적도 10만4천32t(대조립 기준)을 기록, 2.6% 초과달성했다.

특히 노사화합선언 직후인 6월에는 목표를 10%나 상회했다.

무엇보다 공정이 원활해진 점이 두드러진다.

조선소 본격가동 첫해인 지난해에는 노조가 심심찮게 부분파업이나 태업을
벌이는 바람에 일부 공정에서 진도가 늦어져 전체공정이 차질을 빚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엔 가공 소조립 대조립 탑재 등의 공정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

삼호조선소는 노조가 무쟁의를 약속하자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하반기
경영목표를 대폭 늘려잡았다.

연간매출목표도 6천5백억원에서 7천억원으로 늘렸다.

노사화합선언 이전에는 6천5백억원 달성도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7천억원 초과도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선박 수주상담도 활발해졌다.

삼호조선소는 현재 2년치 일감을 확보해 놓고 있어 이것저것 따져가며
수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반기에는 목표에 3척 미달한 16척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발주선사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노조가 무쟁의를 선언하기 전에는 선사들은 "과연 납기를 맞출 수 있느냐"
고 묻곤 했다.

지난해 3차례에 걸친 파업으로 납기를 어기기 일쑤였기 때문.

그러나 요즘에는 납기를 문제삼는 선사는 거의 없다.

노사관계가 안정되면서 안전사고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사망사고가 3건이나 발생,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곤 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사망사고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39%였던 상반기 재해율이 올해는 1.26%로 낮아졌다.

한라중공업 노조는 92,93,95년 임단협때 파업을 벌였고 조선소를 영암으로
옮긴뒤 지난해에는 중대재해, 임단협, 노동법개정 때문에 세차례나 파업을
벌였던 강성노조다.

그러나 노사화합선언을 계기로 확 달라졌다.

무분별한 파업 대신 노사공동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것.

노사협력팀 신상준부장은 이에 대해 "파업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인식이 근로자들 사이에 확산된데다 주민들이 노사발전과 지역경제발전을
위해 노조가 변해야 한다고 호소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영암=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