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Brussels V Boeing July 25, Economist >

보잉.맥도널더글러스(MD)간 합병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갈등이 드라마틱한 역전스토리를 엮어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만해도 이 합병건은 일촉즉발의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으나 이 경우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하에 타결을
위한 협상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렐 반 미에르트 EU경쟁력 담당위원을 대표로 하는 EU집행위는 지난해
12월 1백50억달러에 이르는 보잉.MD의 합병계획이 공식 발표된 이후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워 줄곧 반대입장을 고수해 왔다.

EU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세계항공기시장에서 보잉.MD가 누리게
될 독점적 지위.EU는 양사가 합병할 경우 이미 세계항공기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보잉의 위상이 더욱 강화돼 유럽 컨소시엄인 에어버스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U는 양사의 합병으로 이들의 항공기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를 것으로 추정
하고 있다.

이는 단순계산방식으로 나타난 70%(보잉 64% + MD 6%)를 웃도는 것이다.

이는 한때 막강했던 MD의 기종이 현재 대부분 대체시기를 맞고 있어
몇년안에 엄청난 수요를 유발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EU의 또다른 걱정거리는 보잉이 델타 컨티넨털등 미국항공사들과 맺은
장기독점판매계약.

EU측은 이는 분명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보잉이 이를 당장 폐기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점판매계약은 에어버스의 미국시장진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잉은 표면적으로는 EU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나름대로 협상카드를 마련, 타협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잉은 먼저 기존의 독점판매계약기간을 25년에서 15년으로 단축시킨다는
양보안을 EU측에 제시해 놓은 상태다.

게다가 타항공사와 추가로 독점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약속도 복안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집행위도 파국을 원치않기는 마찬가지. 최근 양사의 합병을 조건부로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U는 보잉이 MD의 민간항공기제작에 쓰일 부품의 생산권등을 에어버스를
비롯한 제3자에게 부여하도록 하는 타협안을 내놓고 보잉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양측이 막판 협상을 통해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전례에 비춰봤을때 이번 협상건이 전면전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5년전 미국이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보조금지급문제를 걸고 넘어졌을때도
보잉이 백악관을 설득해 양측간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았던 것.

오는 23일 EU집행위의 최종결정에 따라 대서양을 사이에 둔 세계경제의
양대산맥은 전쟁과 평화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리=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