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바트화의 폭락은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거나 투자하고 있는 우리기업들
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안기고 있다.

현지진출 업체들은 원부자재 조달,하도급등 경영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증권투자및 현지 대출 영업에 대거 뛰어들었던 증권사와 종금사등
금융기관들은 상당한 규모의 직접적인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업종별 피해 정도와 대책을 긴급 점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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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건설 ]

바트화 폭락이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시공자금 조달이 홍콩 런던등지의 금융시장에서 주로 이뤄지는데다
대금결제 수단도 현지화폐보다는 미국의 달러위주로 계약됐기 때문이다.

현재 태국에서 국내업체들이 시공중이거나 계약한 공사는 29건
15억2천51만6천달러 규모이나 일부공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달러화 70~90%,
현지바트화 10~30% 지급조건으로 되어 있다.

현지화폐로 받는 공사대금은 인건비나 중장비구입비등으로 현지에서
지출하기 때문에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달러화비중이
절반이상을 넘어 바트화 절하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고 환차익을 얻는 효과도
기대할수 있다(현대건설 강용득이사).

또 건설업체들의 경우 시공자금을 조달하는 창구가 주로 홍콩 런던
싱가포르 금융시장으로 금리변동이 거의 없어 환차손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

싱가포르 사이버(싱가포르 은행간 금리)금리 3개월물의 경우 연 5.75~
5.81%로 거의 변동이 없다.

그러나 바트화 폭락이 장기화 될 경우에는 다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지 하도급업체들이 평가절하된 부분만큼 공사비를 인상시켜 손실
보전을 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함께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인및 민간부문이 발주한 공사는
환차손 발생으로 대금회수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또 이들 나라의 외환보유고 감소및 인플레 심화등으로 공사물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국내업체들은 아직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지만 동남아 외환시장
교란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선별수주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 방형국.유대형 기자 >


[ 금융기관 ]

국내 금융기관들에도 환차손 비상이 걸렸다.

증권과 종금사들은 태국에서 이미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고 있어 피해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들 금융기관은 주로 해당국가의 유가증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거나
엔이나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동남아 통화에 헤지를 걸었다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동방페레그린 산업증권 현대증권 한진증권
국민투자신탁증권등은 태국바트화표시 유가증권에 24억2천만원어치를
투자했다가 최근 한진을 제외한 4개사가 13억원의 환손실을 보았다.

증권사들은 또 역외펀드를 대부분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해 놓고
있는데 펀드운영과정에서 상당한 환손실을 보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종금업계는 엔화를 동남아국가들의 통화로 헤지하고 있는데 바트화 등의
폭락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환위험을 우려한 외국자금이 한꺼번에 동남아시아에서 철수할 경우
자금을 대여해 주고 있는 현지기업의 부도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TI사가 태국의 유력반도체업체인 알파테크로부터 지분을
철수시킴에 따라 부도위기에 몰려 이 회사의 전환사채에 투자했던 국내
H.S.J.D종금 등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태국 파이낸스회사에 자금을 대여해준 L종금과 일부은행이 자금회수에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박주병 기자 >

[ 현지기업 ]

태국에서 나이키신발 하청공장을 가동중인 화승 인더스트리의 경우 태국밖
에서 조달하고 있는 주요 원부자재의 구매계약이 달러화로 돼있어 원가압력
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 현지에서 사들이는 일부 신발 원자재의 경우에도 현지 공급업자들이
바트화의 추가폭락을 감안, 터무니 없이 웃돈을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방콕무역관 관계자는 "제3국 수출보다 태국 현지시장을 노리고 진출한
일부 제조업체의 경우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태국에서 컬러TV VTR 세탁기등을 생산중인 삼성전자의 경우엔 이번 사태로
태국에 대한 장기투자전략을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러나 현지내수시장의 기반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그동안 추진해온
냉장고 생산 계획은 그대로 밀고 나갈 방침이다.

대한항공 방콕 지사는 환차손 억제를 위해 다른 외국항공사들과 함께 가격
조정(운임인상)을 시도중이나 현지항공사(타이항공)측의 반대로 성사가능성
이 희박하다고 털어놨다.

현대건설등 그동안 동남아 특수를 누려온 건설업계는 "현지화(바트화)는
전량현지에서 소화한다"는 전략으로 이번사태의 피해를 가능한한 줄여
나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태국 뿐만아니라 말레이시아등 동남아전체의 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는 사태에 대비, 현재 남아있는 현지통화를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소비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