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론되고 있는 어음제도 폐지여부 문제와 관련, 이를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은 이 제도를 유용하게 활용해온 많은 기업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가져오게 할뿐만 아니라 자금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신용사회의 정착을 주장해온 정부당국으로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이며
통화당국으로서도 현금결재를 위한 통화량을 현재의 통화량보다 2.3배 더
늘려야 할지 모르는 위험이 따른다.

또한 어음영업행위를 주업으로 하고있는 단기금융회사나 할부금융사,
종합금융회사 등이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될 뿐만 아니라 은행권도
할인어음제도 폐지로 인한 영업위축으로 손익이 악화되어 상당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속어음은 발행인이 어음의 지급기일에 대금지급을 하지 않았을 때
부도가 발생하는데 부도에는 경제적인 사정(자금사정)으로 발행어음을
지급기일에 결제하지 못하는 경우와 지급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음대금을 지급할 의사 없이 지급 거절하는 경우(담보조견질어음,
사취부도, 어음대여 행위등)로 대별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진정한 의미의 어음부도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어음제도를
악의(?)로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에따라 어음의 부도를 사전에 최소화할 수 있는 발행적 측면과 유통적
측면 그리고 상거래상 수취한 진성어음(세금계산서가 발급되어 금융기관에서
할인된 어음)이 부도 발생시에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사후관리 측면으로
구분하여 몇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어음 발행인 한도제의 도입이다.

현행제도하에서 은행이 지급지로 되어있는 어음(약속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자는 은행에 당좌거래를 하고 있는 자 이어야한다.

은행은 어음용지를 교부함에 있어서 어음의 매수를 일정한 요건하에
통제하고 있으나 어음발행 금액에 대하여는 전혀 통제하지 않는다.

예컨대 10매의 어음용지를 교부받은자가 1백억원의 어음을 발행하여도
전혀 규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음의 매수 통제는 물론 발행금액(업체별 어음 발행한도)까지도
관계규정을 만들어 은행에서 통제(어음면에 한도확인필 스탬프날인등)함으로
써 상거래상 필요에 의하여 발행된 진성어음(세금계산서 있는 어음)만
유통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둘째, 당좌거래 개설보증금의 대폭적인 상향조정으로 발행인 자격을
강화함과 아울러 소액거래자를 보호해야 한다.

현행의 당좌거래 개설보증금(서울의 경우에 3백만원)은 은행이 거래기업의
부도시에 어음 교환소로부터 청구해오는 부도제재금(어음 매수로 계산)을
확보할 목적으로 한 제도이지 거래자 보호를 위한 개설보증금이 아니다.

그러므로 개설보증금을 대폭상향조정(예컨대 현3백만원<>5천만원)함으로써
발행인 자격을 강화함은 물론 상거래상의 소액진성어음의 부도금액은
어느정도 개설보증금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견질담보조어음 발행, 거래보증금조 어음발행, 어음대여를 위한
어음발행등 융통어음의 발행 금지가 필요하다.

대기업과 물품거래나 하청거래를 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에 대기업의
요청으로 견질어음을 발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어음거래 없는자가 어음거래
있는자로부터 백지어음을 대여받아 금전융통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또는
금융기관에서 보증취급여신의 경우에 담보를 확보할 목적으로 백지어음의
차입을 하는 경우 등은 진정한 의미의 상거래상의 어음발행이 아니므로
이를 전적으로 금지하여 진성어음만 유통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통어음의 발행으로 인한 부도 발행시에는 당좌수표의
경우와 같이 형사고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대신 "당좌어음"(가칭)제도의 신설로 어음용지를 수표화해 견양및 색깔을
달리하고 기존의 어음과 구분하여 사용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세금계산서 체크의 리얼타임화로 부실어음 발행을 방지해야한다.

은행에서 어음할인시에는 기업체별 할인한도에 의하여 공급자 발행
세금계산서 있는 진성어음에 한하여 할인하고 있는데, 은행은 할인취급
후에 할인취급 내용을 국세청에 보고하고 있다.

이때 보고된 거래 내용이 상대방 거래처에서 보고한 내용과 상이할
때에는 국세청에서 할인 취급 은행에 조회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 국세청의
거래 내역조회가 즉시 이루어지지 않고 상당한 기간후에(어떤 때는 1년이나
1년반후에)체크된다.

그러므로 할인취급 은행의 보고와 동시에 거래내역이 즉시 체크될 수 있는
시스템(real time check system)을 확립하게 되면 세금계산서의 위조 또는
악의에 의한 진성어음이외의 어음발행으로 인한 부도는 크게 감소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어음전산시스템(가칭)의 도입으로 부실어음의 유통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거래에 관한 신용정보및 관리규약에 의하여 전국은행연합회내에
거래기업에 대한 신용정보가 상세히 구축되어 있으며 각 은행별로는
고객정보제도(customer information system : CIS)에 의하여 사업자 등록증
번호나 주민등록 번호에 의하여 신용정보를 출력할 수 있으나 이에 추가하여
국세청이나 내무부 등 국가기관 전산망과 연계한 신용정보의 종합관리로
부실어음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중소기업체가 수취한 진성어음(세금계산서 있는 어음)이
부도발생시 이를 상환 받을 수 있는 "기금설치"(가칭)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행의 보증기금 제도는 은행의 이자수취액 중 0.3%를 출연(신용보증기금
0.2% + 기술신보 0.1%)해 신용보증한도를 조성하고 보증서를 발급받은
기업체가 부도발생시에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를 막론하고 보증기금에서
대위변제하고 있는 바(대기업에 대한 보증부분이 많음)보증기금 한도액 중
일정부분을 중소기업 보상기금으로 설치하여 중소기업이 할인한 진성어음이
부도발생시 이 기금에서 직접상환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볼만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