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뉴질랜드의 정부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성공을 거두면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8년이후 뉴질랜드 정부개혁위원회를 이끌며 대대적인 공공부문 개혁을
성공시킨 도날드 헌(Donald Hunn) 전 위원장은 "철저한 계획과 관리에 의한
개혁의 지속성과 정치지도자의 결단이 정부개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경제연구원과 무역협회 초청으로 내한한 도날드 헌과의 일문일답
을 정리한다.

-정부개혁의 동기는.

<>80년대 중반이전까지만 해도 뉴질랜드는 성장둔화, 재정적자등으로
전반적인 경제위기감에 휩싸여 있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한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86년에는 국영기업법을 제정, 민영화를 서두르는등 각종
경제개혁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그렇지만 정부부문은 여전히 낙후성을 면치 못해 정부개혁을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개혁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정부부문을 민간 기업화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정부영역중 민간에 이양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민영화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정부의 역할이 축소됨에 따라 정부부처를 재조직하고 관리운영방식을
혁신했다.

예산은 의회가 엄격하게 통제했으며 철저하게 효율에 따라 배정했다.

88에 제정된 정부조직법에는 주무장관과 기관장등의 역할 책임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따른 계약제를 도입했다.

사실 계약제를 도입한 것이 정부개혁을 성공으로 이끌게 된 동인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정부개혁으로 공무원의 수는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를테면 특정부처의 장관과 휘하 국장사이에 기업식의 구매계약을 맺는
것이다.

장관은 기업의 오너처럼 해당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국장이나 조직원으로
채용하는 형식을 띤다.

장관은 내각과 계약을 맺게 되고 정부개혁위원장과도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이것은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공무원들은 통상 3~5년 기한으로 계약하고 자신의 책임에 대한 진술서를
동시에 제출한다.

계약내용을 위반할 경우에는 이 진술서에 따라 해직당하게 된다.

-개혁과정에서 마찰도 많았을텐데.

<>민영화등으로 인해 기존의 공무원 신분에서 민간기업 직원신분으로
바뀌기도 하고 일부는 실직당하기도 했다.

개혁과정에서 특히 저항이 심했던 계층은 40대를 전후한 중간관리층들
이었다.

그렇지만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재훈련을 실시하고 조기은퇴자들에게는
1년치의 임금을 미리 지급하는등의 지원으로 저항을 막을 수 있었다.

정부는 개혁과정에서 대략 15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했다.

-개혁에 따른 성과는 어떠했나.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정부관련 총지출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41.6%
에 달했으나 현재는 36%까지 축소됐다.

이에따라 50억달러에 달하던 재정적자가 이제는 30억달러의 흑자로 반전
됐다.

경제성장률은 80년대 줄곧 연평균 1.2%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4.4%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실업률도 9.7%에서 6%로 낮아지고 소비자물가도 90년까지 해마다 12%를
상회했으나 이제는 1.9%로 뚝 떨어졌다.

경제개혁 뿐아니라 정부개혁으로 국가전체의 효율성이 크게 진작됐기 때문
이다.

-개혁과정에서의 부작용은.

<>효율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다보니 개혁과정에서 윤리와 가치관의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에는 민간인들을 부처의 국장등으로 상당수 참여토록 유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도 했다.

또 정부조직을 축소하는데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일부 부처는 20명 안팎의
인원으로 정책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정책결정부처가 너무 축소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앞으로는 이를 감안해 균형을 잡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개혁의 성공요인은.

<>공공부문의 개혁에 앞서 경제개혁이 꾸준히 이뤄어져 여건이 마련돼
있었으며 무엇보다 명확한 목표하에 개혁이 빠르게 추진됐다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의 강한 의지와 지도력도 한몫했다.

-향후 정부개혁의 추진방향은.

<>중앙의 통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혁과정에서 각 기관들 사이에 자신이 주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타
부서의 업무에 무관심하게 됐다.

정부의 기능이 일원화되지 못하고 분리돼 버린 것이다.

따라서 공공이익을 개념을 도입해 토론을 거쳐 업무를 추진해 나가도록
하는 이른바 전략적 관리시스템을 도입, 2010년까지의 장기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