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우캐리어는 올 임단협에서 노동계의 관심을 끌었던 사업장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한달동안 격렬하게 파업을 벌였던 이회사 노조는 지난 5월 기본급
5% 인상 등에 합의, 일찌감치 무분규로 올해 협상을 마쳤다.

특히 노조간부들은 자발적으로 자사 에어콘 판촉에 나서는등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대우캐리어 노조가 이처럼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 회사가 뒤늦게나마
열린경영을 표방했기 때문.

회사는 지난해 가을께부터 이름 뿐인 노사협의회를 살려 경영실태를 공개
하고 근로자 목소리에도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노사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현안문제를 해결하면서 신뢰를 쌓아 나갔다.

올해 무분규 타결도 이같은 신뢰를 밑거름 삼아 이루어진 것이다.

대우캐리어 사례에서 보듯 산업현장에 파고든 열린경영이 협력적 노사관계
를 구축하고 있다.

올들어 쌍용자동차 두산기계 에이피 기아자동차 등 강성사업장들이 분규
없이 임단협을 마친 것도 열린경영으로 신뢰를 쌓은 덕분이다.

한화기계 창원공장이 87년이후 한차례도 노사분규에 휘말리지 않았던
것 역시 투명경영에 기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후반기에 한번씩 사원들에게 경영실적을 공개하고 반장들
에게는 매월 경영설명회를 통해 경영실적과 경영방침을 알려준다.

이같은 경영정보공개는 이회사의 노사관계를 협력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열린경영이란 말 그대로 회사가 경영전반에 걸쳐 근로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참여와 협력의 생산적 노사관계 구축에 필수요건이다.

특히 열린 경영은 회사의 경영실적이나 향후 투자계획까지도 일반
근로자들에게 알져지기때문에 노사간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켜 주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회사들이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자들은
경영여건이 어려워 많은 것을 줄수 없다는 회사측의 설명을 상투적인 변명
으로 치부해 왔다.

이에따라 회사측의 경영사정이 좋든 나쁘든 노조측은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 노사갈등을 부채질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노조는 회사측의
사정을 이해하고 됐으며 이같은 회사측의 변화가 노사간 신뢰를 구축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많은 사업장 노조가 임금동결에 앞장선 것도 근로자들이 회사의
어려움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으로 노동전문가들은 분석
하고 있다.

한국노동교육원의 이정택박사는 노사간 불신을 없애려면 회사측이 ''투명한
경영을 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래야 노조도 회사사정을 이해해
무리한 요구를 자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사관계자들은 "신뢰를 쌓으면 노사문제는 끝"이라고 말한다.

회사측이 경영공개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사가 오랫동안 대립해온 사업장에서는 열린경영이 노사간 불신을
완전히 뿌리뽑는데는 아직도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65일간 장기파업에 시달렸던 창원 대림자동차의 경우 노사안정화
계획을 마련, 신뢰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조와의 대화를 늘리는 한편 사원동호회를 지원하고 사원가족까지 챙기기
시작했다.

회사가 변하자 노조도 약간씩 변하기 시작했다.

올 봄에는 노사공동으로 오토바이 신모델에 대해 시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도 임금협상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노조가 지난 3일
부분파업에 들어가고 말았다.

열린경영에도 불구 아직 불신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은 것이다.

울산지방노동사무소의 최관동 근로감독과장은 "신뢰를 쌓으려면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라며 최사측이 한없이 참고 무수하게 공을 들여야 생산적
노사관계가 정착될 것이라고 고 충고한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