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서 젊음은 그 자체가 가장 값나가는 담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든든한 "백"이 되기 때문이다.

게임개발업체인 퓨처 오브 엔터테인먼트사(FE)의 정봉수(34)사장에게도
싱싱한 젊음은 가장 큰 담보이자 무기.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유학중 우연한 기회에 게임개발을 시작하게
되면서 게임산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언더워터 워(수중전)"라는 슈팅게임을 3.5인치 디스켓에 담아 2백달러에
팔면서부터다.

그 후 그는 미국 게임유통업계 종사자들과 자주 접촉하며 게임산업이
21세기 최고의 부가가치창출 산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귀국후 95년말 그는 7명의 개발자들과 함께 FE를 설립, 주저없이
게임산업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1년만에 FE를 연 매출 11억원, 43명의 개발인원을 둔 중견
개발업체로 키워냈다.

그가 업계에서 일단 터를 닦은 비결은 역시 젊음.FE직원들의 평균연령도
25세에 불과하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동규(19)군이 가장 어리고 나이가 많다고
해도 30대 중반인 정사장이 최연장자다.

정사장은 이런 조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지난해 4종의 게임을
내놓았다.

게임수로만 보자면 결코 주목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게임은 발표와 함께 국산PC게임치고는 이례적으로 연속
히트를 기록했다.

"장군" "야화" "천상소마영웅전" "파이터"등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히트작들이 그것.

외국산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국산은 1만카피이상 팔리면
성공작으로 통한다.

그러나 FE의 제품은 모두 2만카피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FE를 일약
업계의 기린아로 부상시켰다.

특히 "야화"의 경우 발표된지 10개월만에 3만6천카피의 판매고를 기록,
웬만한 외산 게임제품의 판매량에 육박하고 있다.

야화가 한국 게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이유다.

올해는 7종의 게임을 새로 발표한다.

이달 중순께 발표될 "질풍고교야화"를 비롯해 "맨&우먼(부킹맨)"
"브리트라" "블러디 아리아"등이다.

정봉수 사장은 올해는 이들 제품으로 지난해보다 두배가 늘어난
15만장이상의 판매고와 33억원의 매출을 자신하고 있다.

정사장은 개발전략을 두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한국적인 정서에 기반한 게임시나리오로 국내 게임시장을 넓혀간다는
것.

일제하에서 자존심을 꺾지 않은 한국주먹의 대들보 김두한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야화가 호응을 받았던 것 처럼 그의 제품들은 우리주변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곧 시판될 "질풍고교야화"는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내 폭력을
소재로 하고 있다.

부킹맨은 젊은이들의 연애상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임이다.

친숙하고 자연스런 한국적인 시나리오가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게 그의 전략1호다.

두번째는 제품개발기간을 최소화한다는 것.

정사장은 제품개발에 들어가기전 시장조사에서부터 기술적인 문제,
개발시 역할분담문제까지를 모두 마무리짓고 본격 개발에 들어간 뒤로는
전 직원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다.

43명의 개발자가 일명 "압박개발"기술을 구사,경쟁업체들이 한 제품을
내놓는데 1년씩 걸리는 것을 6~8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

정사장은 "빠른 템포로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발기간을
최소화하는게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정사장은 4년안에 일본의 스캐어사를 따라잡겠다고 잘라 말한다.

스캐어는 "파이널 환타지"라는 게임 하나로 3백만카피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세계적인 게임메이커.

약간 벅차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미있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는 이제 해외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게임 에이전시이자 유통업체인 모 업체와 협력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대만과 독일업체와도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패기의 FE가 이제 막 세계시장에
데뷔하려는 찰나다.

그러나 그는 FE를 비롯 국내 게임개발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나 관련기관들이 차세대 고부가가치산업인 게임개발산업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게임 유통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철지난 외국산게임까지 들여와
유통시키는 것도 자제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한다.

정사장은 그러나 "FE는 이러한 첩첩산중을 넘어 비약을 계속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