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으로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실업증가, WTO 출범으로 인한 경쟁의 심화 및 무역과 근로기준과의 연계,
기술발전으로 인한 제조업 고용감소 등이 노동환경 변화의 주된 요인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정책적 대응이 강구되어야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그것은 선진국들이 1970년대 유가파동 이후 실업증가를 경험하게 되자
경쟁력 강화와 실업해소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화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데서 제기된 이슈이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에 들어와 전문가들이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 제고의 필요성을 활발하게 논의했고, 1996~97년에는 정부가
노동관계법을 개정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란 생산요소인 노동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생산과
고용을 극대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방안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것은 노동비용을 대상으로 하는 간접적 조정, 고용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 노동, 그리고 정책입안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적 조정이다.

간접적 조정은 정부가 개입하여 주로 임금상승을 완화시키려는 방안이다.

임금상승 완화는 실업증가를 막을 수 있고 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주요 방안이다.

이 점 때문에 많은 국가들은 소득정책을 실시하여 임금상승 완화를 통해서
물가안정을 이룩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김영삼 정부가 신경제 5개년계획 하에서 연 5%정도로
물가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 실시해 오고 있는 임금규제정책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직접적 조정은 고용의 양적 조정과 기능적 조정으로 나누어지는데 직접적
조정에서는 주로 기업이 주도권을 갖는다.

양적 조정이란 신규채용 감소, 조기퇴직 등 근로자 수를 감소하거나,
일시휴업, 근로시간 삭감 등 근로시간을 감소하거나, 변형근로제 실시,
파트 타임근로제 실시 등 근로관행을 변화시키는 조정이다.

기능적 조정이란 근로자 수는 감소하지 않고 근로조직을 개편하거나
노동력을 재배치하는 조정이다.

많은 나라에서 기업들은 경제가 불황일 때 양적 조정을 실시해 오고
있는데 이는 과격한 조정 방법이어서 국가는 고용보호법을 마련하여 이를
규제하기도 한다.

이 점 때문에 기업들은 근로자 수를 조정하는 대신 기능적 조정방법을
택하게 된다.

정책적 조정은 실직 근로자에게 실업보험금을 지급하는 소극적 노동시장
정책과는 달리 노동시장정보를 활성화하고, 근로자의 적응에 필요한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고, 실업자를 위해 재정적 지원을 하는 소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다.

OECD국가들은 정도의 이가 심하기는 하나 대체로 GDP의 1% 정도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위해 지출하고 있다.

한국은 1995년 9월부터 고용보험제도를 실시하여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같이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사업을 위해서 지출을 증가시켜 오고 있는데
그 규모는 아직 미미한 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서는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기는 하나 많은 국가들은 기업이
불황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고용조정을 마음대로 실시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고용보호법을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런데 고용보호법이 엄격하면 그것은 오히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저해하여 실업을 유발하게 된다.

예를 들면, 고용보호법이 엄격한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서
고용률이 낮고, 젊은이 실업률이 높고, 장기실업률이 높으며, 파트 타임
고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서 고용보호가 사실상없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으며
미국만이 갖고 있는 일시 해고제는 미국의 실업률을 낮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을 인정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1997년 2월 현재 6.3%로서 일본을 제외하고 선진국
가운데서 가장 낮으며 경제는 매우 호황인 상태이다.

한국의 노동관계법 개정은 민주적 노사관계 확립과 국제적 규범 준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쟁위 행위 제한의 완화, 복수노조 허용,
13세에서 15세로의 최저취업연령의 상향조정 등이 그러하다.

특히 노동관계법 개정은 아직 미합의된 사항이 있기는 하나 고용보호의
완화와 고용형태의 다양화를 제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 시간근로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의 도입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허용 등이 그러하다.

이들 제도의 도입은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제도의 개선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서는 노.사.정의 노력이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나친 임금상승 요구를 자제하는 노력을 보여야 하고, 사용자는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때에도 고용조정보다는 기능적 조정을 실시하려는
노력을 보여햐 하며,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보다는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
개발사업을 위해서 지출을 과감하게 증가시켜 가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경제의 실업증가를 막고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