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럽통화통합과 한국의 대응 .. 정규영 <수석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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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 < 한은 국제부 수석부부장>
최근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유럽통화통합에 대한 관련국 정부 또는 중앙은행
고위간부의 말 한마디에 따라 독일 마르크화 등 주요통화의 환율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통화통합의 성사여부가 세계 금융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통화통합이 결코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 것이기도 하다.
유럽의 경제헌법이라 할 수 있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의거하여 현재
추진되고 있는 유럽통화연맹(EMU)에 관해서 가장 큰 관심사는 우선 EMU가
예정대로 99년1월 출범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출범한다면 어떤 국가들이
참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와관련,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재정적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영국 등은 EMU가입에 반대하고 있어 99년 1월에 회원국의
대부분이 참가하는 EMU의 출범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특히 최근 EMU출범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오던 프랑스에서 사회당이
집권하여 경제수렴조건의 완화를 주장한 반면 경제수렴조건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해 온 독일이 재정적자 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출범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EMU 발족이 지연 또는 중지될 경우 각국의 경제안정 및 건전화
노력이 해이해질뿐 아니라 그동안 이룩한 각국간의 경제수렴이 수포로
돌아가게 됨으로써 유럽공동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 참가자의 신뢰성
상실로 채권 주식 및 외환시장에서 큰 혼란이 일어나는 한편 유럽통화제도
(EMS)자체에 대하여 심각한 회의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혼란과 폐해를 고려할 때 EMU를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EMU는 예정대로 출범하지 않을까 보여진다.
다만 최초 참가국은 경제적 기초여건이 비슷한 독일 프랑스 베넬룩스3국
및 오스트리아 등 6개국을 중핵으로 아일랜드 및 핀란드 등 7~8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화통합의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불확실한 요인이 많아 명확한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먼저 EMU출범과 함께
유럽단일통화로 도입되는 유러화는 초기에는 신인도취약 등으로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안정,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성 증대, 유동성이
높고 거대한 단일금융시장의 형성 등에 힘입어 유러화는 세계3대 기축통화의
하나로서 독일 마르크화보다 무역 투자 및 준비통화로서의 역할이 증대되는
동시에 국제통화제도에 있어서 유럽의 비중과 책임이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기관은 유러화로의 전환에 따른 막대한 준비작업으로 거액의 비용을
추가부담하는 데다 단일통화 사용에 따른 외환거래수익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외에 상호간의 경쟁격화로 경영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응하여 은행들은 업무확대 및 다각화 또는 업무제휴 및 합병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재편성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단일통화의 도입으로 국가간 자금이동코스트가 절감되고 외환리스크가
소멸됨으로써 자금조달 및 운용의 크로스보더화가 가속화되고 금융거래가
소수의 시장에 집중되는 등 역내금융시장의 통합이 크게 진전되는 가운데
프랑크푸르트 및 파리 등이 새로운 국제금융센터로 부상할 전망이다.
실물경제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재정의 절제운용 및 물가안정위주의
통화정책운영으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역내경제의 불균형이 확대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안정을 통한
장단기금리하락과 유럽기업의 경쟁력강화 등에 힘입어 경제성장과
고용증가가 촉진되고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통화장벽 철폐로 외환거래비용 및 리스크가 소멸됨으로써 장기
안정적 무역 투자여건이 조성되는 동시에 가격이 투명해지고 경쟁이
촉진되는 등 시장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MU출범후 우리경제는 유러화 환율변동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가운데 유럽진출 국내금융기관 및 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소재 국내금융기관은 유러화로의 전환코스트 부담, 외환수익거래
감소 및 경쟁격화, 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진출기업들도 초기에는 상당한 적응비용이 소요될 것이나 중장기적
으로는 역내시장 확대 등에 따라 영업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기업의 경우 유러화의 약세, 경쟁격화 및 역내기업의 경쟁력강화
등으로 대EU지역 수출여건이 단기적으로는 불리해질 것이나 중장기적으로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시장규모 확대, 장단기금리의 안정, 환거래 및 환리스크 헤지비용
경감, 장기안정적 부품조달 및 제품공급 가능성의 증대 등으로 대EMU직접투자
여건은 호전될 전망이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EMU출범에 대비한 금융기관 및 기업의 철저한 사전준비와 대응
능력 제고가 무엇보다 긴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및 기업들은 EMU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 및 정보부족
등으로 체계적인 대비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유러화로의 경영전환에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전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
최근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유럽통화통합에 대한 관련국 정부 또는 중앙은행
고위간부의 말 한마디에 따라 독일 마르크화 등 주요통화의 환율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통화통합의 성사여부가 세계 금융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통화통합이 결코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 것이기도 하다.
유럽의 경제헌법이라 할 수 있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의거하여 현재
추진되고 있는 유럽통화연맹(EMU)에 관해서 가장 큰 관심사는 우선 EMU가
예정대로 99년1월 출범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출범한다면 어떤 국가들이
참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와관련,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재정적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영국 등은 EMU가입에 반대하고 있어 99년 1월에 회원국의
대부분이 참가하는 EMU의 출범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특히 최근 EMU출범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오던 프랑스에서 사회당이
집권하여 경제수렴조건의 완화를 주장한 반면 경제수렴조건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해 온 독일이 재정적자 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출범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EMU 발족이 지연 또는 중지될 경우 각국의 경제안정 및 건전화
노력이 해이해질뿐 아니라 그동안 이룩한 각국간의 경제수렴이 수포로
돌아가게 됨으로써 유럽공동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 참가자의 신뢰성
상실로 채권 주식 및 외환시장에서 큰 혼란이 일어나는 한편 유럽통화제도
(EMS)자체에 대하여 심각한 회의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혼란과 폐해를 고려할 때 EMU를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EMU는 예정대로 출범하지 않을까 보여진다.
다만 최초 참가국은 경제적 기초여건이 비슷한 독일 프랑스 베넬룩스3국
및 오스트리아 등 6개국을 중핵으로 아일랜드 및 핀란드 등 7~8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화통합의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불확실한 요인이 많아 명확한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먼저 EMU출범과 함께
유럽단일통화로 도입되는 유러화는 초기에는 신인도취약 등으로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안정,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성 증대, 유동성이
높고 거대한 단일금융시장의 형성 등에 힘입어 유러화는 세계3대 기축통화의
하나로서 독일 마르크화보다 무역 투자 및 준비통화로서의 역할이 증대되는
동시에 국제통화제도에 있어서 유럽의 비중과 책임이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기관은 유러화로의 전환에 따른 막대한 준비작업으로 거액의 비용을
추가부담하는 데다 단일통화 사용에 따른 외환거래수익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외에 상호간의 경쟁격화로 경영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응하여 은행들은 업무확대 및 다각화 또는 업무제휴 및 합병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재편성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단일통화의 도입으로 국가간 자금이동코스트가 절감되고 외환리스크가
소멸됨으로써 자금조달 및 운용의 크로스보더화가 가속화되고 금융거래가
소수의 시장에 집중되는 등 역내금융시장의 통합이 크게 진전되는 가운데
프랑크푸르트 및 파리 등이 새로운 국제금융센터로 부상할 전망이다.
실물경제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재정의 절제운용 및 물가안정위주의
통화정책운영으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역내경제의 불균형이 확대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안정을 통한
장단기금리하락과 유럽기업의 경쟁력강화 등에 힘입어 경제성장과
고용증가가 촉진되고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통화장벽 철폐로 외환거래비용 및 리스크가 소멸됨으로써 장기
안정적 무역 투자여건이 조성되는 동시에 가격이 투명해지고 경쟁이
촉진되는 등 시장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MU출범후 우리경제는 유러화 환율변동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가운데 유럽진출 국내금융기관 및 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소재 국내금융기관은 유러화로의 전환코스트 부담, 외환수익거래
감소 및 경쟁격화, 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진출기업들도 초기에는 상당한 적응비용이 소요될 것이나 중장기적
으로는 역내시장 확대 등에 따라 영업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기업의 경우 유러화의 약세, 경쟁격화 및 역내기업의 경쟁력강화
등으로 대EU지역 수출여건이 단기적으로는 불리해질 것이나 중장기적으로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시장규모 확대, 장단기금리의 안정, 환거래 및 환리스크 헤지비용
경감, 장기안정적 부품조달 및 제품공급 가능성의 증대 등으로 대EMU직접투자
여건은 호전될 전망이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EMU출범에 대비한 금융기관 및 기업의 철저한 사전준비와 대응
능력 제고가 무엇보다 긴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및 기업들은 EMU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 및 정보부족
등으로 체계적인 대비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유러화로의 경영전환에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전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