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싱턴이나 뉴욕에서 신바람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부조달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변호사들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이나 관련기관들이 정부조달과 관련된 입찰정보를 캐내기
위해 뻔질나게 이들을 찾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부조달시장은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불리고 있다.

이 황금어장에 닻을 내리려는 기업들이 미국의 조달정보를 얻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조달시장이야말로 빨리 정보를 입수하고 먼저 뛰는게 임자다.

입찰공고뒤 낙찰까지의 기간은 불과 2~3개월이어서 마치 단거리 경주를
연상케 한다.

미국의 조달시장은 "WTO(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이 발효된 지난해
1월부터 개방됐다.

그전까지는 소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정책규정에 묶여 미국정부는
자국산 상품 및 서비스를 우선 구매해 왔다.

따라서 외국기업이 미국 정부조달시장을 넘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정부조달협정에는 20여개국이 가입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올 1월 정식
체약국 자격을 획득했다.

미국의 정부조달시장은 연방정부와 주정부로 양분된다.

96회계연도의 경우 연방정부의 상품 및 서비스구매액은 1천9백76억달러를
기록했으나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구매까지 합하면
2천억달러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주정부의 연간 구매액을 3천억달러에 달해 미국의 총 정부구매시장
규모는 5천억달러를 상회하는 셈이다.

연방정부의 구매내용은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부문이 44.8%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서비스(호텔 법률 교육 영화 회계등)가 37%, 건설 8.2%, 운수
통신 전기 가스 위생 순이다.

연방정부가 구매하는 물자는 사무용품에서부터 미사일까지 전 공산품이
망라되지만 금액면에서는 항공기및 부품(1백40억달러) 통신장비(57억달러)
정보처리장비(52억달러) 미사일(36억달러)등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WTO정부조달협정에서 미국은 87개 연방정부기관 및 24개주정부를 협정적용
대상기관으로 양허했는데 연방정부 구매의 경우 물품 및 서비스구매는
13만SDR(18만달러), 건설구매는 5백만SDR(7백만달러)이상이 돼야 협정적용
대상이 된다.

주정부구매는 물품및 서비스가 35만SDR(50만달러)이상이 돼야 하고 건설
구매는 연방정부의 기준과 같다.

이러한 미 정부구매시장에 우리 기업들은 몇몇만이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항공이 항공기 엔진을 공급하고 A중소기업이 현재 미 연방수사국의
8백만달러어치 지문감식기 입찰을 놓고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의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게 고작이다.

정부조달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촉진키 위해 KOTRA
(무역투자진흥공사)는 구매기관들의 구매현황 등 관련 책자를 만들고
상담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조달시장 참여의 관건이랄 수 있는 입찰정보의 조기입수를 위해 법률
회사들과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메릴랜드주 조달청 구매국장인 윌리엄 쿠렌씨는 "지난해 메릴랜드주의
구매액은 83억달러였다"고 소개하며 "연방정부에 비해 주정부가 다소
폐쇄적이긴 하나 점차 개방되는 추세인 만큼 외국기업의 참여기회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정부조달시장이긴 하나 절차가 까다롭고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차별적이라는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런만큼 미국의 정부구매관련 규정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상품홍보와 판매
서비스등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일이 필요하다.

특히 미 정부구매기관에서 우리 상품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경우 그 파급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기관이 한국산을 지속적으로 구매함은 물론 제3국시장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불황의 사이클에서 우리 기업들은 수출경쟁력 저하와 현지시장의 마케팅
능력 부족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 이를 타개해야 하는 절박한 시기에 처해 있다.

정부조달이라는 신시장에 눈을 떠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미국정부 구매입찰 절차 ]]]

연방정부나 주정부는 필요한 품목과 서비스를 제시한 입찰을 공고한다.

그 다음 공개입찰에 들어가 자금능력, 납기, 기술력, 작업계획, 과거의
납품실적 등을 검토해 책임있는 계약자를 고른다.

최종 계약자가 되려면 우선 구매자가 요구하는 계약조건을 이행해야 하고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표준 및 사양 등이 정부구매 계약조건에 부합돼야 한다.

< 뉴욕=박영배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