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부를 창출하는 자다.

한나라의 경제력은 기업에 의해 좌우된다.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이 단독으로 부를 축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주식회사라는 기업조직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영위한다.

기업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출자하는 주주가 있고 자본을 바탕으로
소득을 만들어내는 경영자와 종업원이 있다.

기업이 만든 소득은 함께 일한 사람에게 근로속득으로 분배되고 세금을
내 국가를 유지할수 있게 하며 주주에게 배당하게 된다.

기업은 또 국민이 예금한 돈을 금융기관을 통해 빌려쓰고 이자를 내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봉사한다.

기업이 없다면 시장경제는 성립되지 못하고 국가도 유지될수 없다.

그런데 최근에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경쟁에서 이기는 기업은 살고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살수 없게 된다.

최근의 기업도산현상은 경제의 구조조정을 위하여 어쩔수 없는 것이며
오히려 소망스럽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않다.

무수한 기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업이 태어나는 것이 시장경제의
생태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현상은 시장기능의 일반론으로 보아 넘기기기엔
위험스러운 바가 많다.

기업도산을 걱정하는 까닭은 첫째 경제전반에 고비용-저효율이
누적되어 국제경쟁력이 취약해지고 기업경영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인데
시장기능에 방치한다면 연쇄도산 실업증대 성장잠재력위축 등의 위험을
가중시키게 된다.

둘째 한국의 기업은 대부분 지난 30년간 압축성장과정에서 해외로부터
상품개념과 기술을 들여와 투자중심의 양적성장에 치중함으로써
자기자본부족, 금융차입의존이 심화된 치약한 재무구조를 안고있고
질위주의 내실을 다질 겨를이 거의 없었다.

지금이 과거의 성장궤도에서 벗어나 기술과 생산성이 주도하는 성장
체질로 전환해야 할 단계이므로 단순한 시장원리보다 금융의 합리적인
기능이 절실한 때이다.

일시적 어려움에 당면한 기업이라도 체질개선의 기회를 주면 살수있는
기업은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금융의 시장기능이 정착되지 못하고 자본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각종규제로 인한 제약이 많은 기업경영환경이 완벽한
시장경제의 틀로 정비되지 못한 과도기여서 살아야할 기업이 일시적
어려움에 휩쓸려 도산할 우려가 큰 실정이다.

넷째 요 몇년사이 일본 엔고속에 경기양극화현상이 진행되어 매년
약 1만5천개의 기업이 도산되고, 특히 중소기업이 대거 폐업했다.

이로인하여 재화생산부문이 크게 위축되는 탈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제조업의 국내총생산비중이 1988년 32.1%에서 94년 26%수준으로
낮아져 무역적자구조로 전략되고 있다.

현단계에서 기업의 도산을 막고 제조업을 보강하지 않는다면 무역적자의
누적과 함께 외채위기에 휘말릴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더이상 시장기능을 강조한 나머지 기업도산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의 예를 보아도 미국은 크라이슬러자동차회사가
어려웠을 때 구제금융을 주어 회생시켰으며 독일은 자동차산업이 어려웠을
때 다임러사와 벤츠사를 통합하면서 독일은행이 막대한 출자를 해서
세계일류기업으로 성장케 했다.

일본도 도요타자동차가 부도위기에 처했을 때에 집중적인 지원을 해
간판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보사태, 삼미특수강 등의 부도 여파로 금융기관이 움츠러들고 있어
어려움에 당면한 많은 기업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간 협약으로 부도의 확산을 방지하려하나 실효성이 약하고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을 무겁게하는 정책이 나오고 있어 금융의
산업지원기능이 실종되고 있다.

경제적 경제외적 환경약화로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져있는 기업이
구조조정의 활로를 미처 열지못한채 도산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의 경제성장과정을 돌이켜보고 70년대초 8.3조치, 80년대초
중화학투자조정으로 기업을 육성했던 경험을 살려 금융과 산업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정부가 보완적인 기능을 함으로써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있는 기회를 마련해야한다.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 문제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인
과제이며 경기침체가 겹친 상황인만큼 정부 기업 국민 모두의 책임의식과
슬기로운 대응이 절실하다.

정부는 시장기구를 강조하기에 앞서 산업전반에 걸쳐 경쟁력실태를
종합점검하여 산업의 구조조정을 합리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에 관한 행정과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여 긴급대책을 강구
해야한다.

더 이상 중소기업기반이 약해지면 선진산업국의 진입은 불가능하게
되기때문이다.

금융기관도 단기적인 수익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실물경제의 바탕을 튼튼히 하는데 집중하여야 한다.

금융의 유예뿐만아니라 출자전환에 관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소중함을 공감하여 기업을 살려야겠다는
국민적인 합의와 무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각급 경제단체의 기능이 보다 적극화되어야 한다.

기업도 냉엄한 여건변화에 더욱 과감히 도전하여 기술과
생산성에 바탕을 둔 질위주의 경영으로 빠른 변신을 해가는 길 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