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을 전격 경질한 것은 난파위기에 놓인
경부고속철도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환균 건설교통부장관이 APEC 교통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21일
출국한 가운데 전격 단행됐다는 데서 이번 인사에 대한 정부의 뜻을 읽을 수
있다.

다시말해 지난 4월 미국 WJE사의 안전진단 결과 발표이후 휘청거리고 있는
고속철도공단을 추스려 고속철도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볼수
있다.

또한 7월중 예정된 고속철도 수정계획 발표시 대두될 책임 문제를 사전에
최소화하겠다는 나름대로의 계산도 깔고 있다.

이는 김한종 전이사장이 지난해 3월이후 고수해온 품질관리 최우선 목표에서
궤도를 수정해 앞으로는 공기단축과 사업비 절감에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정부의 속내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김 전이사장의 취임이후 ''선안전 후시공''이라는 기조
아래 진행돼 왔다.

이 과정에서 공사를 가시적으로 진행하자는 건교부와 무엇보다도 품질관리를
철저히 한뒤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김이사장을 비롯한 공단간에 상당한
입장차를 보여 왔다.

어쨌든 앞으로 정부는 수정발표와 함께 고속철도건설 당위성을 적극 홍보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되는 비판을 사전에 막아 더 이상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을 막아
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달 수정계획 발표이후다.

당초 예산보다 3배가량인 18조원이 들어가고 공기도 최소한 2~3년은 늘어날
경우 92년 공사착공후 고속철도건설과 관련된 관계자들의 책임시비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이사장 교체로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 소재 논쟁은 외형적으로 일단락
되지만 남은 문제는 그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측은 건설전문가로 조직장악력이 있는 유상열 새 이사장외 적격자를
찍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장관 취임당시 장관과 대학동기라는 이유로
국토개발연구원장으로 물러난뒤 불과 3개월만에 다시 원장직을 내놓고
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정부 인사에 근시안적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