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현대미술 견본시장이 열렸던 지난주 (6월11~18일) 스위스의
바젤에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컬렉터 화상미술관 관장 및 큐레이터 등
미술관계자들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매년 6월에 열리는 바젤아트페어는 올해로 28번째를 맞이하여
현대미술시장의 현주소를 한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는 미술축제인 동시에
가장 전문적인 미술시장이다.

참가신청을 한 21개국 6백여개의 화랑중에서 엄선된 2백63개 화랑이
참가했다.

인구 20만명의 공업도시에서 열리는 바젤아트페어에는 해마다 약
4만~5만명의 관람객들이 찾아와 1천명이 넘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한다.

올해에는 클래식 모던한 피카소 마티스 샤갈 미로 자코메티 몬드리안 등
작고작가의 고가품과 이미 현대미술사에서 검증이 완료된 백남준 소토
칠리다 등 대가들의 작품 및 현재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아니쉬
카푸르, 크리스티앙 볼탄스키, 이우환, 개리힐, 부루스 노먼 등의 참신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이번에는 5개의 한국화랑 (가나 가인 국제 박여숙 현대)이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가나는 최종태의 조각 2점과 회화 1점, 고영훈의 회화 1점, 오치균의
회화 6점, 전수천의 오브제 소품 다수를 판매했다.

또 가인은 미국작가으 막스 콜 1점을, 국제는 조덕현 6점과 코디 최
1점, 박여숙은 정창섭 1점, 현대는 서세옥 4점 및 신성희 2점 등을 판매해
한국현대미술의 세계미술시장 진출에 청신호를 예감할수 있었다.

세계 여러 화랑의 대표로 동시에 나온 한국작가 이우환은 유명화랑인
파리의 뒤랑 데세르, 런던의 리슨, 파리의 자크린느 무시옹, 일본의
가마쿠라에 의해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백남준은 제네바의 아트 앤드 퍼블릭, 취리히의 자일레 웨버,
뒤셀도르프의 한스마이어, 심문섭은 파리의 자크린느 무시옹, 서울의
갤러리 현대를 통해 소개되었다.

아트페어에 출품된 가장 고가의 작품은 자스퍼 존스의 1965년 작
"Double White Map" (2백25cmx1백75cm)으로 말보로 화랑에서 선보였는데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브레시아에서 나온 미니니 화랑은 짙은 빨간색의 아름다운
아니쉬 카푸르의 조각작품을 6만5천달러에 판매했다.

올해도 역시 피카소의 작품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는데 서울에서 관람차
바젤에 들른 한 화랑의 대표는 10년전에 2만달러하던 피카소 드로잉이
지금은 20만달러가 됐다며 진작 구입하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해따.

이외에도 칠리다의 조각 앤디 위홀과 뒤뷔페, 베이컨의 그림 등
미술관용 대작들이 많이 전시되었다.

잚은 작가 코너에서 개인전을 한 바네사 비크로프트와 독일의 젊은 작가
코너에서 개인전을 한 바네사 비크로프트와 독일의 사진작가인 토머스
디덴드는 새롭게 부상하는 작가로 주목을 받았다.

사진 부문에서는 섹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는데 헬무트 뉴튼의
누드 사진 및 노부요시 아라키으 외설적인 사진 등이 많이 판매되었다.

국제 현대미술의 거장들과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작업을 모색해 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수 있다는 것은 미술애호가들에게는
멋진 일이다.

게다가 바젤아트페어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몇천달러의 작품부터
수천만달러짜리까지 골고루 망라되어 있는 수준높은 미술견본시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조직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바젤아트페어에는 올해 컬렉터와
미술관계자가 5만명이상 방문했고 스위스 현지의 탄탄한 구매력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번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 현대미술제도 조직력을 갖추고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