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도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자국에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많은 외국 인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것은 90년대 이후 우리의 경제력이 커지고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며
많은 기업이 해외투자에 관심을 쏟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아프리카 에르트리아 대통령, 자메이타 통산부장관,
이스라엘 수출공사사장 등 고위급 인사를 비롯하여 중국의 광동성 호남성,
미국의 미시간 콜로라도 테네시주, 독일의 바이에른주 함부르크항만청,
호주의 퀸즐랜드주, 말레이시아 공단개발청 인사들의 내한이 있었고
6월말까지 베트남, 헝가리, 파나마, 중국의 강소성-절강성등 대한
투자유치단의 방문이 잇따를 예정이다.

이 외에도 주한 외교사절들은 우리기업의 유치를 위해 주요 그륩의
회장실뿐만 아니라 KOTRA를 분주하게 출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들 외국 인사들과 만나면서 되레 우리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때가 많다.

특히 이들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자국측의 유리한 투자환경이나
인센티브는 그들 경제의 가장 축약된 모형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이것을
비교해보면 그나라 경제의 선진성이나 개방성, 그리고 국제화 정도를
읽어낼수 있을 뿐만아니라 나아가 우리경제의 현 위치와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도 있다.

예컨대 영국은 EU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저렴한 인건비와 유연한
노조활동, 행정의 투명성 등 좋은 기업환경 외에도 지역개발차원에서 잘
짜여진 투자인센티브 등으로 80년대 후반부터 많은 외국기업의 투자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 국가들도 개도국 가운데서는
단연돋보이는 하부구조, 경제의 개방성, 강력한 투자인센티브 등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한 경제개발에 성공한 케이스다.

최근에는 멕시코나 브라질 등 중남미 개도국도 과감한 경제개방과
국영기업체의 민영화, 하부구조의 확충 등을 통하여 외국기업의 투자를
손짓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자국의 기간사업관련 국영기업체의 민영화까지도 외국기업의
참여를 제한없이 받아들이고 있어 이들 경제의 개방정도를 짐작케 해주고
있다.

얼마전 해외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투자청(MIDA)의 한 고위인사는 자국의
투자정책을 설명하면서 이상한 수학 공식 하나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E+4C=플러스 마이너스 P.

얼핏 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같기도 한 이 공식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그 나라의 투자환경(E)과 편리성 등의 요인(C)에 따라 투자기업의 이익
(+P:Profit) 또는 문제점(-P:Problem)이 결정된다''

그는 이어서 주자환경을 결정하는 10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이것을
가리켜 ''외국인 투자유치의 십계명''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첫재 정치적 안정성, 둘째 경제력, 셋째 정치권 업계 노조 언론등의
환경자세(attitude of welcome), 넷째 투자정책, 다섯째 하부구조,
여섯째 노동자의 근무시간(temuability) 안정성및 생산성, 일곱째 금융및
재무, 여덟째 지방의 기업 환경, 아홉째 정부의 관료주의, 열번째 생활여건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4C로는 비용(cost), 편리성(convinence), 정부 하부구조 은행 등의
수용능력(capability)과 양허(concession)를 꼽았다.

이 공식은 한마디로 기업의 투자여건은 그 나라의 종합적인 경잭력을
나타낸다고 보아야 하며 부분적인 투자인센티브나 정책적 지원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유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들어 4월말현재 투자신고액은 약37억달러로 지난해 연간실적
32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다만 유통등 서비스업부문이 큰 폭으로 늘고 제조업증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지적되고 있어 앞으로는 제조업투자유치에 더욱 열을 올려야
할 것이다.

아무튼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였다는 것은 외국기업이 적어도 우리경제를
어둡게만 보고 있지 않다는 가장 구체적인 반증자료가 아닐 수 없다.

외국기업은 마치 철새떼가 좋은 생태환경을 찾아 도래하듯이 자유롭고
편리하며 비용이 적게 들고 수익전망이 높은 지역으로 찾아들게 마련이다.

결국 외국인 투자유치노력은 국가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투자가 몰려드는 국가를 보면 무한경쟁시대에 그나라 경쟁력의
종합지표를 읽을 수 있듯이 우리경제의 대외경쟁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땅을 찾는 외국인 투자기업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땅을 찾아온 많은 외국인사들과 만나면서 새삼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떠올리며 오늘날 우리경제의 어려움이 곧 내일의 성공기회에
맞닿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