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중순 중국의 몽고자치구에 위치한 한 의류공장에서 일본의 대형
백화점 미쓰코시와 다이마루의 여성복 담당자들이 만났다.

올 가을부터 공동으로 판매할 캐시미어 의류 제조과정을 둘러보기 위해서
였다.

경쟁관계에 있는 이들 두 백화점이 소재구입에서부터 제조에 이르기까지
협력하는 이유는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양사가 선보일 여성 스웨터가격은 2만~3만엔.

대형할인점의 저가 제품보다는 비싸지만 같은 품질의 제품보다는 30~40%
싼 가격이다.

양사의 이런 협력은 일본에서 진행중인 업무제휴의 연장인 셈이다.

이들은 프라이비트 브랜드(PB:자체기획상품)를 공동으로 기획 제작
판매하고 있으며 상품매입이나 해외브랜드 구입에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미쓰코시와 다이마루 백화점의 오월동주전략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매출
부진이라는 어려운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백화점업계에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일본에서 백화점간의 업무제휴는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70년대초 다이마루와 마스사카야, 이세탄과 마쓰야등이 업무제휴를
맺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자연 소멸돼버렸다.

미쓰코시와 다이마루가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것은 지난 94년12월.

당시 버블경제 붕괴에 따른 소비침체로 백화점업계는 극도의 매출부진에
시달렸다.

가격파괴를 무기로 한 할인점의 등장과 할인점들이 집적된 파원센터라는
신업태까지 가세해 백화점간 경쟁이 아나라 업태를 초월한 대경쟁시대에
직면한 것이다.

지금은 외국자본의 공세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일본 백화점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평균 1%대로 수이력저하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부닥치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는 처음에는 제품운반에서 협력을 맺었다.

그러다 PB상품 개발, 해외제품 구입, 고동거래선과의 관계강화 등으로
제휴범위를 넓혔다.

특히 각사의 경영노하우를 비롯해 구매선과의 거래가격및 조건을
서로 비교, 상품의 개발및 조달에 관한 정보도 공유했다.

과거 70년대의 제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셈이다.

실적향상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미쓰코시는 지난해 5년만에 수익이 증가, 매출액 7천6백72억엔을 기록
했다.

영업이익도 5년만에 1백억엔을 돌파했다.

다이마루도 경상이익을 전년대비 55%늘어난 49억엔까지 회복했다.

양사의 업무제휴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공동으로 PB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PB는 천편일률적인 백화점 매장을 차별화할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마진도 거둘수 있어 갈수록 치열해지는 백화점업계에 새로운 상품전략중
하나.

양사는 PB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함으로써 기획력 향상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거둘수 있다.

또 새로운 브랜드도입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양사는 현재 의류상품뿐만 아니라 가정용품 식료품등에서도 PB상품을
공동으로 개발 판매하고 있다.

둘째는 해외상품의 공동구매와 거래조건의 일체화다.

이를 통해 대량구매에 의한 비용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

특히 거래조건을 일체화함으로써 양사는 공동 대리인을 통해 구입업체와
협상능력을 강화, 타백화점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양사는 아직 64개 거래선들과의 매입교섭을 따로 진행하고 있어
전면적인 업무제휴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쓰코시와 다이마루가 업무제휴를 맺은지 2년반.

아직 숫자상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는게 사실이지만 미쓰코시와
다이마루의 업무제휴는 일본백화점업계 구조개혁의 첫 출발점임에 분명하다.

<장진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