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회계 분야에 수학 통계학 OR (Operations Research) 등을 접목, 계량적
접근을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회계학 교과서가 출간됐다.

임정규(58)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가 쓴 "계량관리회계"(법문사 3만원)가
바로 그 책.

관리회계학은 계획수립 업적평가 의사결정 등 거시적 경영관리를 위한
회계학으로 수학이나 통계학 등 숫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비계량적 접근법
이 주류를 이뤄왔다.

이에 비해 임교수의 "계량관리회계"는 함수 통계분석 등을 적극적으로 응용,
전통적 접근법의 맹점으로 지적돼온 주관적 요소를 가능한 한 억제하고
객관성을 높이고자 했다.

"현대기업은 공룡이나 다름없지요.

몸집이 예전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방대해진 규모와 복잡해진 경제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주먹구구식 방식을
버리고 과학적인 관리회계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모두 6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함수, 통계분석, 확률론, OR, 미적분학 등을
통해 최저비용으로 최대이윤을 창출하는 방안을 모형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오 헨리의 소설, 셰익스피어의 희곡, 파스칼의 명상집 등을 인용,
딱딱한 내용을 재미있게 해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기존 회계학 책과 구별짓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은 공익을
유난히 강조하는 회계철학이라고 할수 있다.

"회계란 기본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로 해 사회전체 이익의 확대를
꾀하는 공익적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 강의와 함께 도덕학을 강의한
것은 오늘날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9백5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회계방법론은
사회복리 극대화론이다.

"경제범죄가 있는 곳에는 예외없이 악덕 회계담당자들이 눈에 띕니다.

정태수씨가 7천7백억원이라는 천문학적 회사공금을 유용한 것은 노무원가를
조작한 회계담당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복리의 가치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기존 관리회계의
풍토에서 1차적 원인을 찾을수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서장과 종장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 회계윤리의식의 회복을
역설하고 있다.

서장 "삶의 바른 길과 회계철학의 본질"에서 거짓과 악의 수단으로 전락한
회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또 종장 "깨달음과 실천의 길:영원불변의 진리란 무엇인가"에선 톨스토이의
"부활"의 재해석을 통해 진실한 삶의 수단으로서 회계를 복원시키자고 목청을
높였다.

고려대 상학과와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외국어대
경상학부 교수를 지냈다.

<박준동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